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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킴’ 올림픽 첫 메달 새 역사 … “영미야! 금빛스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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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3 23:56:49 수정 : 2018-02-24 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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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컬링, 연장 접전 끝 숙적 日 꺾고 결승행 /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銀 확보 / ‘스킵’ 김은정 수차례 절묘한 샷 / 김영미도 혼신의 스위핑 힘보태 / ‘가드제거’ 김선영도 제 몫 톡톡 / 日은 잇단 투구 실수로 기회 놓쳐
“헐”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23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스위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영, 김경애, 김영미.
강릉=남정탁 기자
23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 한·일전이 열린 강원도 강릉컬링센터. 관중석에서 경기 도중 연신 웃음보가 터진다면 실례일까. 1엔드 김은정(28) 스킵(주장)이 김영미(27)에게 스위핑을 지시하자 3000명의 만원 관중은 기다렸다는 듯 폭소했다. 대회 선전에 따라 컬링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민 유행어가 된 “영미~”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김은정의 억양을 따라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경기장을 찾은 외신 기자들도 이 유행어를 두고 담소를 나눌 만큼 단연 이날의 최고 화젯거리였다.

이에 늘 무표정했던 김은정 역시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올림픽 무대의 중압감을 벗어던졌다. 김은정의 정확한 드로우 샷(점수를 내기 위해 하우스 중앙으로 보내는 투구)이 빛을 발한 한국은 초반부터 3점을 뽑으며 앞서나갔다. 세계가 주목하는 ‘팀 킴(Team Kim)’이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예고하는 순간이다.

대표팀이 난적 일본마저 연장 접전 끝에 8-7로 격파하고 스웨덴과의 결승전에 진출, 한국의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확보했다. 애초 한일전은 김은정과 후지사와 사쓰키(27)의 스킵 대결이 관건이었다. 하우스에 지키고 선 스킵이 작전을 어떻게 지시하느냐에 따라 스위핑 강도와 방향 등이 달라져 스톤의 최종 목적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카리스마 넘치는 ‘안경 선배’ 김은정과 청순한 외모로 노상 웃는 낯이 전매특허인 사쓰키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절묘한 샷을 수차례 이끌어내면서 일본의 전의를 빼앗은 김은정의 판정승이다. 반면, 사쓰키는 안정적인 리드는 돋보였지만 연방 투구 실수를 범하면서 다득점 기회를 수차례 놓쳤다. 이처럼 믿고 던지게 만드는 안경 선배 덕분에 김경애(24)는 백발백중인 백더블 테이크 아웃(한번에 상대편 스톤 2개를 쳐내는 샷)을 해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슬비 해설위원이 “그야말로 신들린 샷”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할 만큼 던지는 족족 일본의 스톤이 하우스 밖으로 튕겨나갔다.

‘가드 제거반’ 김선영(25)도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김선영은 한국이 4-3으로 쫓기던 5엔드 중반 빽빽하게 들어찬 일본 스톤 3개를 한 번에 쳐내며 다득점의 발판을 닦았다. 여기서 한국은 2득점을 추가, 6-3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영미~”의 주인공 김영미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한 스위핑으로 힘을 보탰다. 이런 분전에도 대표팀은 7-4로 앞선 9엔드 일본에게 2점을 내줬고, 후공인 10엔드에서도 1점을 스틸당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후공을 잡은 연장 11엔드에서 김은정의 관록이 빛을 발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은정은 하우스 가운데에 스톤을 위치시키면서 결승 득점을 기록, 2시간여의 사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경기장에서 “니뽄(일본)”을 연호하는 일본 관중에 질세라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던 관중도 하나가 돼 경기를 즐겼다.

이로써 대표팀은 조별리그를 포함해 9승1패, 7연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대회 전 미디어데이서 “목표는 금메달이다”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히던 김민정 코치의 호언장담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들은 경북 의성여고 선후배 사이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이들은 컬링 대표팀 구성이 팀 단위로 이뤄진 덕분에 특유의 조직력으로 올림픽을 지배하고 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지만, 절치부심한 끝에 평창에서 유명인사로 거듭나며 ‘인간 승리’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결승전을 숨죽여 지켜볼 팬들을 위한 관전팁이 있다. “영미~”라고 다 같은 표현은 아니다. 부드럽게 부를 때는 스위핑을 서서히 준비하라는 의미다. “영미 업~”은 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리라는 지시이며, 김은정이 급하게 “영미 헐~”을 외칠 때는 다급한 뉘앙스에서 알 수 있듯 스위핑을 세게 빨리 하라는 뜻이다.

강릉=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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