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이 23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트랙을 돌며 인사하고 있다. |
선수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메달이 또 한 번 나왔다. 김태윤은 23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8초2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가 속한 15조까지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김태윤 이후 레이스를 남겨둔 6명이 모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었지만 그를 넘은 선수는 1분7초95로 금메달을 차지한 키얼트 나위스(29·네덜란드), 1분7초99로 은메달을 딴 호바르 로렌첸(26·노르웨이) 등 둘뿐이었다. 지난 13일 남자 1500m 김민석(19·성남시청)의 동메달, 지난 19일 남자 500m 차민규(25·동두천시청)의 은메달에 이어 한국 대표팀 ‘영 건’이 깜짝 메달을 선수단에 안겼다.
‘제2의 모태범’으로 불리며 단거리 유망주로 크던 김태윤은 2016년 12월 큰 좌절을 맛봤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했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김태윤은 좌절 대신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더 큰 무대인 올림픽을 정조준했다. 김태윤은 “아시안게임을 못 나가서 더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며 “며칠 전 차민규형의 은메달도 큰 자극이 됐다. 정말 딸 줄 몰랐는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윤이 23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
스케이트날도 교체했다. 주위에서 너무 많은 걸 바꾸면 올림픽을 못 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지만 도박을 걸었던 셈이다. 김태윤은 “아시안게임 선발전 떨어지고 난 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새 날로 전부 바꿨다”며 “부담이 없진 않았다. 원래 타던 날도 괜찮았지만 제가 더 잘하고 싶어서 억지로 바꿨다. 기록이 잘 나오면서 힘도 잘 받는 스케이트로 바꿨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태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600m 이후 종속이 약점이었는데 홈팬들 응원 열기에 힘든 줄 모르고 즐겼다고 한다. 김태윤은 “팬들 응원을 받으니 열도 나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며 “신기하게 덜 힘들었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강릉=최형창·서필웅 기자 calling@segye.com
사진/강릉=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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