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절대 권력 거머쥔 그들 … 왜 무너졌나

입력 : 2018-02-24 03:00:00 수정 : 2018-02-23 23:04: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권좌 주인 농락하고 파멸시킨 / 당나라 시대 최고 권력자들 / 생존과 몰락에 얽힌 사건 통해 / 권력의 작동 원리·속성 파헤쳐
리정 지음/강란·유주안 옮김/제3의공간/1만6000원
권력, 인간을 말하다/리정 지음/강란·유주안 옮김/제3의공간/1만6000원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정의는 강자의 이익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용기와 지략으로 군주를 떨게 하는 자는 몸이 위태롭고 공로가 천하를 덮는 자는 상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고대 현인들의 통찰은 역사 속에서 증명되었고, 지금도 유효하다. 특히 권력을 두고 목숨을 건 쟁투도 마다하지 않았던 인간들이 벌였던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두 명제의 적확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책은 중국 당나라를 이끌었던 최고 권력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주도했던 다양한 사건과 관계를 파헤친다. 또 황제 권력, 관료 정치, 기득권, 파벌 등으로 얽히고설킨 당대의 정치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현재는 과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의 권력이 작동했던 원리는 지금의 사정을 설명하는 데 충분히 유용하다. 

당태종 이세민
정관17년(643년) 태종 이세민은 큰 시련을 맞았다. 태자 자리를 두고 싸움을 벌였던 두 아들 이승건과 이태를 내쫓았다. 태종 자신이 황위에 오를 때 벌였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아들대에서 반복된 것이다.

권력은 혈육의 정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를 고민하던 이세민은 천추만대에 이를 안정적인 규칙을 확립해 정치와 혈육의 정을 모두 얻으려 했다. 그런 고민의 결과가 새로운 태자 이치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치가 정통성이나 능력 등에서 이승건, 이태에 비할 바가 못되었고, 태자의 자리를 두고 싸울 의사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가장 뛰어난 황제 이세민은 어째서 이런 결론을 내린 걸까.

“만일 짐이 이태를 세운다면 태자의 자리는 강구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된다.”

그가 아들들의 권력투쟁을 존재감 없는 이치를 태자에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세민은 황제 권력이 현실적인 힘의 우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에 종지부를 찍어 세속을 초월하는 권력의 합법적 기반을 다지고 싶었고, 승리만 거둔다면 정의는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는 권력 작동의 이치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이 영명한 황제의 바람이 헛된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명태조 주원장
청 건륭제
권력의 냉혹함은 최고 권력을 창출한 정치 동지들 사이에서도 작동하기 마련이다.

이치가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장손무기의 덕이 컸다. 이세민이 가장 총애하는 신하였으며, 황자들의 외숙부이기도 했던 그의 지지는 이치를 황제로 이끄는 결정적 동력이었다. 여기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기는 했다. 장손무기는 어리석고 무능한 이치가 조종하기 쉬운 황제가 될 것이며, 그것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길이라 믿었다.

그러나 황제와 권신은 필연적으로 긴장관계에 놓인다. 황제 권력의 핵심이 절대성과 완전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나눠 가지는 완충지대나 타협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의 절대성으로 인해 황제는 어떠한 권력 계층보다 안정감을 필요로 하며 두려움과 시기심도 생기는” 것이 더 쉽다. 장손무기와 대립했던 측천무후의 측근 허경종은 이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장손무기가 역모를 꾀한다고 무고했고, 즉시 행동하지 않으면 반격을 당할 수 있다고 황제를 꾀었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 벌써 일어난 것처럼 되었고, 황제는 공포에 떨었다. 결국 장손무기가 선천적인 정치감각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구축했던 막강한 권세와 지위는 황제에게 거대한 위협이 되어 급속한 몰락으로 이끌었다. 뛰어난 능력, 천하를 덮을 만한 공로가 군주를 위협할 정도에 이른 장손무기는 결국 역모 혐의로 목숨을 잃었다.

중국 대륙을 지배한 왕조의 황제들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누렸으나 그것을 위협하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그것을 극복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황제들이 동원한 온갖 권모술수는 권력의 비정한 속성을 보여준다. 사진은 한고조 유방.
세계일보 자료사진
책은 당나라의 절대권력을 거머쥔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비천한 출신을 극복하고 대성한 인물, 목적을 위해서라면 형제, 자식까지 제물로 바친 냉혈한, 뛰어난 지략과 총명함을 갖춘 천재들이 최고의 권력을 쥐었다. 그러나 권력은 그것을 가진 자를 속이고, 유혹하고 방심하게 해 함정에 빠지게 한다. 현종대의 신하였던 이임보는 황제와 지근거리에 있는 환관, 궁녀, 후궁 등과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당대 최고의 실세가 되었으나 그것으로 몰락했다.

권좌의 주인을 농락하고 끝내 파멸시키기도 하는 시험대와 그 앞에 선 인물들의 몰락과 생존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의 속성과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