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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 이후… 서구와 다른 길 걷는 중국

입력 : 2018-02-24 03:00:00 수정 : 2018-02-23 23: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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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국가들 경제 도약 이후 정치변화 ‘홍역’ / 中은 서구 정치적 전철 밟지않고 독자의 길 / 국가 통제력 강력 작동하는 ‘경성 권위주의’ / 1인자 시진핑 행보도 개혁 의지는 없어
데이비드 샴보 지음/최지희 옮김/한경BP/1만5000원
데이비드 샴보 중국의 미래/데이비드 샴보 지음/최지희 옮김/한경BP/1만5000원


미국 ‘Polity Press’ 출판사가 2016년에 낸 ‘China’s Future’로, 약간 늦은 내용이지만 읽어볼 만하다. 현 단계에서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중국의 미래를 점치는 것은 부질없다. 하지만 중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만한 부정적인 측면이 그런대로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샴보(사진)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보수 성향의 중국정치 전문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에선 아직도 중국의 미래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사실 중국의 민낯은 이미 드러나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외곽을 조금만 벗어나도 전근대적인 농촌 풍경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지니계수가 유난히 높고 사회 불평등 지수가 최상위급에 속한다. 아직도 100달러 미만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농민공(농촌에서 올라온 도시빈민)의 숫자는 몇 천만명에 이른다. 

대개 현대 국가들은 경제발전을 이루고 나면 시민사회의 정치적 욕구가 분출해 민주화로 이행한다는 이행론이 대세이다. 하지만 중국은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서구가 경험하고 축적해놓은 정치적 전철을 밟지 않고 있다. 경제 규모가 2030년 무렵이면 미국을 능가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 지도 몇 년 지났다. 중국 경제는 이미 세계 무역을 호령하는 단계에 와 있다. 서구의 정치 이론대로라면 중국에선 이미 사회적 혼란이나 정치적 동란이 몇 번 빚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욕구를 분출할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행보는 현대 국가들이 걸어보지 않은 초유의 길이다. 공산주의 권위체제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가 경제대국으로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련이 그랬고 유고 등 동유럽이 그랬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저자는 당분간(10년 안팎) 중국에 정치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를 ‘경성 권위주의’라고 분석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더욱 통제력을 강화하고,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사회 감시 체제가 견고하고 세밀하게 둘러쳐져 있어 사회적 소요나 정치적 분란이 일어날 싹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곧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대 국가로 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경제개혁이라는 몸살을 겪어야 한다. 경제개혁은 정치개혁이 병행되어 추진되지 않는 한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인데도, 시진핑의 행보를 보면 정치체제를 개혁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2008~2009년 중국의 개혁은 급속하게 위축되었고 그 속에서 새롭게 떠오른 권위주의형 지도자가 시진핑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향성으로 나가면 중국은 결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단호하게 주장한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다는 소리는 과거 소련, 일본, 유럽연합과 같이 허튼소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중국 미래의 주요 변수는 정치이며, 공산당이 계속 힘을 유지하기 위해선 힘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치 전문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며 조만간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차이니스 파워에 대한 환상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세계가 중국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더 좋으냐 나쁘냐다. 앞으로 중국은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까. 상냥한 파트너이자 좋은 이웃이 될까,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배타적인 국가 또는 위협적인 강대국이 될까. 그리고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에 따르면 한국과 한반도의 미래에서 중국보다 중요한 변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영향권 아래서 한국은 여러 분야에서 큰 압력을 받을 것이다. 북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중국의 부상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대북 제재에 보조를 맞춰왔지만 평양을 굴복시키기 위한 더 이상의 압박은 꺼렸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잠재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저자는 “사드 배치에 분노한 중국은 강력한 항의 표시로 한국에 직접적으로 경제제재를 가한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저자의 견해대로 보자면 중국은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위협적인 공룡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정치학, 문화적 관점을 갖고 있는 저자는 중국에 대해 권위주의 질서 내지, 제압의 대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 중국의 순기능 역할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저자에게는 중국을 바꾸려면 서구의 대중국 적대적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중립적 시각은 없는 것 같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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