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완규칼럼] ‘평창 이후’와 북핵 특사

관련이슈 박완규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8-02-22 21:39:58 수정 : 2018-02-22 21:39: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평창올림픽 폐막 후 과제 산적
치밀한 북핵해법 마련 급선무
북·미에 특사 보내 대화 설득
초읽기 몰려도 역량 발휘해야
평화의 제전이자 감동의 드라마인 평창동계올림픽이 이틀 뒤 막을 내린다. 축제가 끝나면 뒤처리할 게 많은 법이다. 남북한 공동 입장, 단일팀 구성 등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가면서 북·미 대화를 유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내달 18일 패럴림픽마저 끝나면 곳곳에서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향배가 갈린다. 평창 이후로 눈을 돌릴 때다.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한다면 언제, 어떤 의제를 다룰지에 대한 복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도 결정지어야 한다. 북측 입장을 감안해 훈련 시기나 규모를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훈련은 예정대로 실시하는 게 순리다. 한·미가 훈련을 조정할 게 아니라 북한이 반발 수위를 조절하는 게 옳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가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방한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에 비견할 만하다. 김여정이 김 위원장 메신저라면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 메신저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가 주목거리다.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을 떠보고 동시에 우리 측의 한반도 정세 인식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가 지연되는 시점이어서 의미가 크다. 폐회식 당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도 북측의 북·미 대화 의사를 확인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핵문제에 관한 우리 역할을 세밀하게 규정할 때다. 남북대화를 북·미 대화로 이어가려면 우리가 북·미 간 메신저이자 중재자가 돼야 한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다음 날 김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우리 정부 중재로 청와대에서 만나려다 막판에 북한이 취소해 무산됐다고 한다. 북·미 모두 대화에 나설 의지는 있지만 입장 차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북·미 대화는 더욱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이제야말로 특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때다. 정부의 대북 특사는 ‘북핵 특사’여야 한다.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한 계책을 들고 가야 한다. 북핵문제가 풀릴 조짐이 보여야 남북관계도 개선될 공간이 생긴다. 특사는 대통령 권한으로 보내는 것이어서 이에 따르는 책임도 크다. 특사를 어떤 방식으로 파견할지를 신중히 정해야 한다. 언제 누구를 보내느냐가 핵심이다. 대북 특사는 문 대통령의 복심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대북 협상 경험이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래야 민감한 북핵문제 해법을 북한 지도부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북정책이 오작동하면 만회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 미국에도 특사를 보내야 한다. 남·북·미 3자 관계는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 김연철은 저서 ‘냉전의 추억’에서 북·미 대화에 대해 “미국 자체의 ‘정책 결정 과정’보다는 북한의 정책 전환이나, 남북대화와 한·미 대화가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했다. 남·북·미 삼각관계의 선순환이 전제조건이란 뜻이다. 정부가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려면 입체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각지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북핵문제를 가급적 단순하게 보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는 북핵문제를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본다. 사활이 걸린 사안이어서 더 절박하다. 미국도 이를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 정부가 운신의 폭을 키우려면 이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가뜩이나 정부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지금이 한반도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