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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성폭력'이 휩쓸고 간 밀양연극촌…연극은 끝났다

입력 : 2018-02-22 17:07:17 수정 : 2018-02-22 17: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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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극장과 숙소 들어찬 연극촌 썰렁…이윤택·하용부 머문 주택 나란히
관계자 "정열 갖고 일했는데…참담"…주민 "치 떨린다…평소 왕래도 없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 사건 현장으로 지목된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은 22일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연극이 끝난 뒤 공허함을 연상케했다.

평소 관광객들이 찾았던 연극촌 주차장은 텅텅 비었고 문화관광안내소도 문을 굳게 닫았다.

연극촌 내부에 들어서자 이윤택 씨가 창단한 연희단거리패 일부 단원이 개인 사물을 부지런히 챙겨 차량에 싣고 있었다.

안에는 지난 20년간의 연극촌 역사를 보여주듯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각양각색의 의상들이 복도까지 가득했다.
밀양 연극촌 내 설치한 안내도. 이곳에는 크고 작은 공연극장 5개, 크고 작은 방이 20개나 됐다.
밀양 연극촌 내에는 최근 성추문에 휩싸인 연극연출가 이윤택 밀양연극촌 이사장과 하용부 밀양연극촌장이 머물렀던 주택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사무실에서 만난 김철영 밀양연극촌 사무국장은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순수하게 연극에 정열을 갖고 일했던 이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젊은 연극배우 지망생들이 꿈을 안고 들어와 숙식을 함께 하며 울고 웃던 연극 공연장이자 연기실습장이던 공간이 졸지에 문화권력을 휘두른 한 두명의 추악한 성범죄 현장으로 지목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밀양연극촌엔 유독 크고 작은 숙소가 많았다.

특히 연극촌 내 중앙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인 성벽극장 2층엔 숙소가 가득했다.

오구방, 이순신방, 반달방 등 많게는 20∼30명, 작게는 2명이 머물 수 있는 다양한 방이 10개나 됐다.

어떤 방에는 얼마 전까지 단원들이 머물며 마시던 술병과 과자 봉투, 이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밀양연극촌은 이곳에서 지난달 중순 방학 중이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3박 4일간 함께 숙식하며 겨울연극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2층 방에서는 1층과 외부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었다.

이 계단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자 바로 앞에 이윤택 씨가 거처하던 단독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월산재(月山齎)'라고 적힌 건물에는 성추행이 실제 이뤄졌던 곳으로 알려진 문제의 황토방도 보였다. 현재는 조립식 건물로 외부를 바꿨다.

이 씨는 밀양연극촌이 문을 열던 1999년부터 이곳에서 혼자 살았다.

최근 폭로된 성폭력 시기는 2001년과 2002년 등으로 드러났다.

한 주민은 "이 집에서는 2006년부터 이 씨의 부인과 딸도 함께 살았고 최근까지 있었다"고 알려줬다.

집안에는 급하게 방을 비운 듯 옷가지를 널어놓은 빨래 건조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 집 바로 옆에는 이 씨와 함께 성 추문에 휩싸인 밀양백중놀이 인간문화재 하용부 밀양연극촌장이 머물렀던 집도 있었다.

이 집은 현재 월산초등학교 동창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하 촌장은 이 집에서 연극촌 입촌 때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살았다. 그는 현재 밀양 시내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연극촌에는 주방과 제법 큰 식당이 딸렸고 방 10개를 갖춘 게스트하우스도 있었다.

한 주민은 "여름 휴가철 등에는 이곳에서 숙식하는 이들이 제법 많았는데 최근에는 방문객이 없다"고 말했다.

밀양연극촌 이사장인 이 씨는 1999년 9월 1일 밀양연극촌 개장 때부터 자신이 창단한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이곳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성폭력 사건으로 극단 해체와 함께 연극촌에서도 쫓겨나게 됐다.

밀양연극촌을 바라보는 인근 주민들의 시선은 차갑고 따가웠다.

연극촌 주변에 사는 한 마을 주민은 "연극촌에서 벌어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연극촌 사람들은 마을 주민과 왕래나 소통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밀양연극촌이 들어선 곳은 마을 주민 대다수가 졸업한 옛 월산초등학교 자리인데, 이번 사건으로 옛 모교 명예도 실추된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밀양시도 연극촌을 운영하던 사단법인 밀양연극촌과 무료임대계약을 해지하고 관련 축제 등에 대한 예산 지원도 전면 취소했다.

시는 "연극촌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활용 방안을 재검토하고 이곳에서 열던 축제 등도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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