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기가 막힌 건 당사자 블록하위선의 태도다. 그는 이날 개인 일정을 이유로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SNS 계정에 3줄짜리 사과문을 올렸는데 ‘한국 국민에게 사과한다. 모욕을 줄 의도는 없었다. 나는 동물 애호가다’라고 형식적인 글만 써 놨다. 그런데 자칭 ‘동물 애호가’라는 그가 친구와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사진이 퍼지면서 이율배반적인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장에서 홀로 뭇매를 맞으며 사과를 거듭하는 비흐 단장에게 “블록하위선은 동물애호가라면서 채식주의자는 아닌 것이냐”고 묻자 우물쭈물하던 그는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스케이트 강국인 네덜란드는 빙속에서만 6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순항 중이다. 실력은 검증됐지만 올림픽의 기본 정신인 ‘존중’은 실종된 셈이다. 지난 18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우승자 고다이라 나오(32)와 진하게 포옹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스포츠에서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전 세계가 지켜봤다. 네덜란드 대표팀이 한국 문화를 두고 편견을 계속 표출한다면 스스로가 올림픽 대표의 자격을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강릉=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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