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면 이번 사단의 논란이 됐던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노선영의 뒤처지는 모습이 김보름이나 박지우,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계산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목표하는 4강을 위해 여자 팀추월 대표팀이 설정한 목표는 2분59초대였다. 그리고 김보름과 박지우는 그에 준하게 들어왔다. 김보름은 가장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맨 앞자리를 전체 6바퀴 중 절반인 3바퀴를 타느라 가장 체력소모가 컸다. 게다가 노선영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팀 추월에 가장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올림픽 출전 좌절과 그리고 다시 기회를 얻는 사이에 일주일 가량을 운동을 쉬었으니 컨디션이 떨어질 수는 있긴 하다. 그래도 그 정도로 4초 가량, 두 선수보다 한참이나 뒤떨어져서 들어올 기량은 아니라고 믿는다.
백철기 감독과 노선영의 진실공방은 어떤가. 20일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마지막 두 바퀴를 맨 마지막에 타는 것을 스스로 요청했다”한 백철기 감독의 말이 옳은지, 마지막을 두 번째에서 타는 연습을 했다고 한 노선영의 말이 옳은지 아직 판명되진 않았다. 분명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물론 이날 경기는 마치 선수들이 상대를 이길 생각이 없는 레이스 같았다. 선수들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함께 나란히 들어오는 게 지상 최대의 목표였던 듯 했다. 마치 그저 주어진 시간만 떼우고 지금의 논란된 상황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 의지의 결여 혹은 보여주기식 경기를 감안하더라도 기록만 보면 노선영이 처져서 들어온 예선 때의 전술이 세 명이 같이 들어온 순위 결정전의 전술보다 더 잘 먹혔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객관적인 기록만 보면 그리 기량이 떨어지지 않음이 분명한 노선영이 왜 한참이나 뒤쳐졌을까에 대한 지적은 나오지 않는 것인가.
게다가 김보름과 노선영, 박지우가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의 기록이 3분6초67로 이번 준준결승에서의 기록(3분03초76)보다 저조했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과 같은 강릉 오벌에서 열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기록은 3분02초95였다. 어쩌면 노선영은 자기 기량대로 탄 것이고, 김보름과 박지우가 평소보다 훨씬 잘 탄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4년을 올림픽만을 손꼽으며 극한 상황에까지 몸을 내던지며 훈련해온 선수들 중에 어느 누구도 참가하는 데 의의만 두는 선수는 없다. 다들 메달 아니 최대한의 승리를 목표로 한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그저 훈련대로, 목표한 4강 진출과 동메달 획득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같이 출전한 동료의 기량을 믿고 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선수들에게 ‘왕따 논란’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것은 아닐까.
강릉=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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