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 펜스와 김여정…무슨 ‘밀담’ 나누려했나

관련이슈 특파원+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2-22 10:51:59 수정 : 2018-02-22 13:26: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북·미 고위급 비밀 접촉을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갖기로 북·미 간에 합의가 됐었으나 막판에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 비록 회담이 열리지 못했지만, 양측이 대화 의지를 보였고, 회동 형식 등에 합의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정권이 서로 말 폭탄을 퍼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내심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평창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3월 중에 북·미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이 회동하기로 약속했던 것은 양측이 상대방에 제기할 분명한 의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미 고위급 비밀 접촉이 성사됐으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북·미 양측이 상대방의 양보 여부를 탐색하려 했을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사라진 전제 조건

북한과 미국이 회담하는데 늘 전제 조건이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을 할 것이며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북한은 이에 맞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등 가시적인 선행 조치가 있어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갈 수 있다고 고집해왔다.

그러나 펜스―김여정 청와대 비밀 회담은 북·미 양측이 이런 전제 조건을 서로 내려놓은 상태에서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 방문 이후에 북·미 간 사전 전제 조건 없는 탐사 대화 개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미 양측이 서로 본격적인 회담을 개최하기에 앞서 사전 전제 조건 없이 만나 회담 의제 등을 조율하는 방식에 관해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복스는 “펜스-김여정 회담이 성사됐으면 양측이 서로 기존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물러설 수 있는지 가늠해보는 기회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스와 김여정의 가상 대화


펜스와 김여정은 면담이 이뤄졌으면 일단 기존 입장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복스가 지적했다.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대북 정책 담당관은 “펜스 부통령의 주된 목적은 남북한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김여정은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 문제는 이미 끝난 이슈이고, 미국이 이런 엄연한 현실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오바 전 담당관이 말했다. 펜스와 김여정은 다만 이번에 북한 핵 문제를 놓고 곧바로 담판을 짓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탐색하려 했을 것이라고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 카운슬 선임 연구원이 지적했다.

매닝 연구원은 펜스 부통령이 김여정 부부장에게 현재 북한에 억류된 3명의 미국인 석방 문제를 제기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에는 김동철, 토니 김, 김학송 씨 등 미국 국적자 3명이 억류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을 방문했다가 억류돼 의식 불명 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를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했을 정도로 미국인 인질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이 막판에 퇴짜를 놓은 이유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 면담 2시간 전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때 처음부터 이번 회담에 응할 계획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펜스 부통령이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화에 응하는 척했다가 이를 무산시킴으로써 펜스 부통령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특히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짐으로써 한·미 간 틈새가 벌어지기를 바랐을 수 있다고 오바 전 국무부 관리가 지적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펜스 부통령이 최고 수위의 새 대북 제재 발표 계획 등을 밝히는 등 북한을 자극한게 면담 취소의 실제 원인일 수 있다고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이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펜스 부통령이 북한과의 소중한 대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보내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