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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성폭행 폭로되자 형량 물어…기자회견 리허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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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1 13:11:00 수정 : 2018-02-21 13: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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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 연희단거리패 조명감독 “지금 안마로 인한 성추행 말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이윤택 “성폭행은 사실이 아닙니다.”

조 감독 “낙태는 사실입니까?”

이윤택 “사실이 아닙니다.”

김모 연희단거리패 대표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시면 안 되요.”

이윤택 (다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건 어때?”

17일 혹은 18일 연희단거리패 내부에서 이뤄진 기자회견 리허설 모습이다. 성폭력 전력이 연이어 폭로된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기자회견 전에 미리 리허설을 하며 극단 임원들과 성폭행·낙태에 대해 입을 맞췄다는 폭로가 나왔다. 연희단거리패 일부 단원은 이윤택의 성폭행·낙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공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윤택은 성폭행 고발글이 올라오자 변호사에게 형량부터 물었고, 고발자에 대해 되레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잔다’며 비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희단거리패 배우 오모씨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고발했다.

오씨에 따르면 김보리(가명)씨가 지난 17일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과거 이윤택에게 두 번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음을 폭로하자 조 조명감독은 피해자의 실명을 말하며 ‘oo 터졌어요! oo 떴습니다!’라고 다급히 알려왔다. 이윤택 역시 익명의 글을 읽고 바로 실명을 언급했다. 이들은 부산에서 예정된 저녁 공연을 중단시켰다. 저녁에 선배 단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희단거리패 김 대표는 이윤택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오씨는 “‘보리’ 라는 가명을 하신 분의 이야기를 이윤택이 하였습니다”라며 “‘보리라는 사람과의 일은 이미 그녀의 엄마와 이야기가 되었다면서 해결된 문제라고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그리고 보리라는 여자애는 이상한 아이라고 워낙 개방적이고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잔다고’”라고 적었다.

이들은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기자회견과 부산 공연 중단이 결정됐다. 오씨는 “그리고 이윤택 선생이 한 일은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형량에 관해 물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라며 “그리고는 사과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노래 가사를 만들 듯이…시를 쓰듯이…말이죠”라고 전했다. 오씨는 또 “그리고 낙태에 관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 때 ㅈㅇㄱ이 말했습니다. ‘그건 인정하면 안 된다’ 라고요”라며 “전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냥 그건 거짓이겠지’라고 믿고 싶었습니다”라고 당시 충격을 밝혔다.

오씨는 배우 김모씨가 이윤택으로부터 성폭행 당하고 낙태한 사실을 선배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오씨는 김 배우와 3∼4년간 함께 생활한 사이였다. 믿고 싶지 않았다. 오씨는 “‘그리고 ㅈㅇㄱ은 이야기 했습니다. 김xx은 말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요”라며 “그 때부터 전 혼미한 정신을 붙들고 제가 지금 하는 일과 듣는 일을 의심하고 의심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저녁 사과문을 완성한 이윤택은 기자회견 리허설을 하자고 했다. 예상질문을 주고받는 이들을 보며 오씨는 “그곳은 지옥의 아수라였습니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사실이라고 말하던 선생님은 이제 내가 믿던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괴물이었습니다”라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오씨는 밀양연극촌장 하용부가 김보리씨를 성폭행했다는 폭로를 기자회견을 위해 새벽에 올라오는 중 확인했다며 “그리고 하나의 문자를 받습니다. 그 일에는 ㅈㅇㄱ과 도 다른 선배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윤택 선생이 ㅈㅇㄱ과의 통화를 통해 그게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래서였군요. 그래서 ㅈㅇㄱ은 이 모든 것을 그렇게 빨리 무마시켜야 한다고 했군요”라고 글을 이었다.

연희단거리패 대표 등이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에 앞서 이미 ‘미투’ 운동의 확산을 우려한 정황도 밝혀졌다. 오씨는 지난 6일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을 고발하는 방송 인터뷰를 한 이후 “그 다음날 극단대표와 한 선배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불안한데… 미리 연락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요”라며 “이번 미투 운동으로 이윤택을 고발한 ㅇㅅㅈ씨 이야기였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1년 전 ㅇㅅㅈ씨가 이윤택을 고발한 sns글을 올렸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극단 대표는 ㅇㅅㅈ씨를 만나 원만한 타협과 권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1년 전에는 ㅇㅅㅈ씨가 글을 삭제했고 사건은 커지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오씨는 “(지난) 12일 오후 12시 5분 김 대표에게 기자가 입장을 묻는 문자를 보내자 그날 오후 극단 대표와 이윤택은 2시간 정도 단 둘이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기자에게 ‘우리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라고 답장했답니다. 그리고 5분 뒤 그 기자는 자신의 기사 제목을 ‘이oo 성추행… 유명연출가 의혹 쉬쉬쉬’라는 제목으로 변경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윤택의 성폭력을 방관한 임원들은 사태 초기 자신은 무관하다고 여긴 정황도 드러났다. 오씨에 따르면,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이윤택의 성폭력을 고발한 글을 올린 후 이윤택은 30스튜디오를 폐쇄하고 간단한 사과문을 극장 앞에 게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 조명감독은 10일 부산가마골 극장에서 연 대책회의에서 오씨에게 ‘입장을 밝혀라, 내부 결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마치 이건 마피아나 조직폭력집단이나 라는 충성맹세 같은 거 아닌가요? 라고 되묻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조 조명감독은 나이 어린 후배들을 모아놓고 ‘현재 안마를 하고 있는 게 누군지, 이상한 일은 없었는지’를 공개적으로 여자단원들에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ㅈㅇㄱ 선배는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공연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잘못은 이윤택 선생님이 한 거지 여기 가마골극장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오전에 대책회의는 그저 연희단거리패와 극단가마골을 어떻게 유지하는냐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죠”라고 밝혔다.

오씨가 예정됐던 5월 서울연극제 참가는 취소해야 한다고 하자 김 대표는 ‘우리가 왜 그렇게 까지 해야 돼? 우리가 그렇게 잘못을 했어? 숨어 다녀야 될 정도로 잘못이야? 난 그 정도로 잘못한 거 없어!’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폭로가 나왔고 대책 회의가 이어졌다. 오씨는 “전 부산공연의 중단을 요청 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은 계속 되어야 한다며 심지어는 마치 우리가 어떤 나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정의감까지도 드러내며 연극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의협심을 드러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는 나의 스승 이윤택을 고발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살 길만을 찾고 있는 극단대표를 고발합니다. 또 ㅈㅇㄱ을 고발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고발한 저는 개xx입니다”라며 긴 글을 끝맺었다.

오씨는 2008년부터 연희단거리패에 참여했으며 ‘백석우화’에서 백석 역할을 맡아 큰 호평을 받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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