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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투' 강조한 추미애, '당내 성추행사건'은 왜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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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1 06:00:00 수정 : 2018-02-21 09: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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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순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 ‘미투’ 운동을 지지했던 추미애 대표가 어쩐 일인지 당내 성희롱·성추행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내부조직에서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해 4∼5월로 벌써 9개월째다.

평생을 민주당 당직자 및 당원으로 지내온 여성이 지난해 모 남성당원에게 당한 끔찍한 성희롱·성추행사건에 대해 시당이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고발하는 탄원서를 K씨가 지난해 11월 초순 추미애 당대표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A4 용지 2장짜리 탄원서에는 성추행 피해내용과 피해자의 폭로과정, 피해 여성당원에 대한 설명이 소상하게 적혀 있다. 민주당원 K씨 제공
피해 여성당원이 당직자들에게 피해내용을 호소해도 진상조사가 진행되지 않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월례회의 석상에서 피해내용을 폭로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20일 현재 피해자가 일관되게 당에 요구한 ‘가해자 제명 및 출당처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당은 되레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출당이나 제명, 형사처벌 등을 원치않았고 사과를 받는 선에서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진상조사는 뒷전인 채 파문 축소에만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 사이 피해 여성당원은 연이어 당한 성희롱·성추행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심장병을 얻어 서울 모처에 아들 집으로 이동, 요양 중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성희롱·성추행을 연이어 당한 이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지난해 8월쯤 집에 혼자 있던 중 심장병이 와 죽을뻔하다가 살아났다.

여성당원은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그 당시 통일운동을 함께 하던 모 시민단체 대표의 소개로 금정구 침례병원에 갔는 데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와 입원이 불가능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며 “심장이 따갑고 바늘로 찌르는 듯 했으며, 숨을 못 쉴 정도로 아파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이 여성은 이어 “서울에 사는 아들이 걱정이 됐는지 매일 같이 전화가 왔다. 다행히 한의학에 좀 조예가 있어서 내가 내 몸에 직접 침을 놓고, 원적외선을 쪼이고, 찜질하고 주먹으로 심장을 때려주는 등 자가응급처치를 하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혼자 살던 이 여성은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하는 수없이 지난해 11월 서울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최근까지 민주당을 위해 수십년간 헌신해온 이 핵심 여성당원이 성희롱·성추행 후유증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이는 사이 최인호 시당위원장을 비롯한 당직자 중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묻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여성당원은 사건 발생 이후 자신이 요구했던 ‘가해자 제명 및 출당조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7월 딸을 통해 해운대경찰서에 피해내용을 신고했다. 그는 그러나 당이 잘 되고 사건이 너무 확산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곧 취하하고, ‘가해자 제명, 출당 조치’ 만을 지금까지 요구하는 눈물겨운 ‘애당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실 입구에 장애인, 여성,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인 ‘을’을 당 차원에서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구성한 ‘을 지킴위원회’ 간판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그러나 민주당 부산시당은 당내 여성당원의 기본권마저 지켜내지 못한 채 헛구호만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0일 오전 9시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제174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경의 부실수사를 지적하고 검찰은 재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 대표는 이어 “연예계 뿐만아니라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성폭력에 대해 ‘미투’ 운동이 제대로 진행되길 바란다. 민주당이 일상의 성폭력, 성희롱과 맞서 싸우는 여러분의 편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결연한 어투로 말했다.

추 대표가 맞서 싸우는 사람의 편이 되겠다고 한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민주당 안방에서 벌어졌다.

한 달여 전 최고회의 석상에서 추상같은 의지를 밝혔던 그 추 대표는 왜 말이 없는 지 묻고 싶다. 당을 너무 사랑하는 피해여성은 오늘도 아픈 가슴을 쥐어짜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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