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전날 게시된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동의한 국민이 20만명을 훌쩍 넘었다. 청원인은 전날 열린 여자 팀추월 경기 내용을 거론하며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팀전인데도 불구하고 개인 영달에 눈이 멀어 같은 동료인 노선영 선수를 버리고 본인들만 앞서 나갔다”고 지적했다. 그간 청와대는 청원이 올라온 후 30일 내에 동의한 국민이 20만명을 넘어설 경우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도의적 책임과 별개로 이번 청원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가 선수들의 자격 여부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 자격 여부는 해당 선수의 소속 연맹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지을 사안”이라며 “청와대가 선수에게 직접 징계를 주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징계위를 열더라도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징계 여부 자체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청원 남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부터도 상식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하거나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녀갈등 해소를 위해 남성과 여성이 성기를 바꿔 이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혀 내미는 동영상을 보여 달라’, ‘국가반역자들을 삼청교육대 같은 기관에 격리시켜 달라’ 등 청원이 대표적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모든 현안을 공권력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면서 “일종의 ‘패거리 문화’로 어린 국가대표 선수들을 겨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강릉=최형창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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