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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관중도 아리랑에 모두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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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0 16:26:47 수정 : 2018-02-21 14: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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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서 아리랑 선율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 넘어 간다.”

20일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가수 소향이 부른 ‘홀로 아리랑’ 가락이 끝나자 관중석은 태극기 물결로 넘쳤다. 팬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고 연기를 환상적으로 펼친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조를 향해 인형 등 선물세례도 날렸다.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겜린 조는 이날 프리댄스 기술점수(TES) 44.61점, 예술점수(PCS)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에서 61.22점을 받은 민유라-겜린 조는 최종 147.74점으로 전체 20개 팀중 18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챌린저 시리즈에서의 152점보다는 낮지만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했다.

민유라는 이날 한복 저고리를 변형한 분홍색 상의와 자주빛 하의를 입고 빙판에 올랐다. 겜린 역시 하늘색 상의와 남색 바지를 입고 등장하자 관중석은 술렁였다. 다른 조들은 반짝이면서 화려한 드레스 차림이었지만 이들은 단아하면서 고풍스러운 한국 이미지를 전세계 앞에 뽐냈다. 전날 라틴 음악에 맞춘 쇼트 댄스가 정열적이고 발랄한 이미지였다면 이날 프리 댄스는 서정적이면서 애절했다.

보통 피겨스케이팅 배경음악은 가사 없이 곡만 나온다. 그러나 민유라-겜린 조는 가사가 들어간 아리랑을 택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민유라는 “끝나서 아쉽다. 우리가 고집한 아리랑을 올림픽까지 와서 연기해서 만족한다”고 운을 뗐다.

평창올림픽에서 아리랑은 상징적인 곡이다. 개회식에서 국제 스포츠 행사 11년 만에 남북 공동입장이 성사됐는데 남북 선수단은 흥겨운 아리랑에 맞춰 개회식장에 들어섰다. 올림픽 최초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 전 대표곡 역시 애국가가 아닌 아리랑이다. 아리랑 만큼은 남북의 이견이 없었다.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 댄스 프리 댄스에서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갬린이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그렇지만 민유라-겜린 조가 올림픽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으로 경기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민유라는 “처음 아리랑을 골랐을 때 보조 코치들이 한국인이 아닌 다른 심판들은 모르는 곡이라며 위험한 선택이라고 했다”며 “이 곡으로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도 한국인 심판이 이 노래로하면 기술점수에서 불리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힘들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둘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당당히 출전권을 획득했다. 민유라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선택한 음악인데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할 거라면 출전권 획득도 이 곡으로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개막을 앞두고는 일본에서 딴지를 걸었다. 홀로 아리랑 가사 중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가 있는데 이를 일본이 문제 삼았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권고로 민유라-겜린 조는 이 부분이 삭제된 음원을 준비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비록 점수가 높진 않지만 외신뿐 아니라 관중에게 대부분 호평을 받았다. 1980년부터 올림픽을 취재한 보스톤글로브 존 파워스 기자는 “한국 관중을 위한 맞춤형 공연이다”며 “이 종목에 나온 유일한 한국팀 답게 고유의 특색을 잘 살렸다. 그들이 얼마나 한국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는지 그대로 묻어났다”고 치켜세웠다. 원주에서 온 대학생 이가민(19)씨는 “경기장에서 아리랑으로 하는 아이스댄스를 보고 싶어서 일부로 프리스케이팅 표를 사서 왔다”며 “한복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중계되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민유라 어머니 주지나씨는 “딸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서 자랑스럽다”며 “이 무대를 발판 삼아 더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민유라는 “4년 뒤 베이징올림픽에도 한국 색을 살릴 수 있는 곡으로 나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릉=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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