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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권력의 일그러진 모습통해 인간을 통찰하는 김영미 작가

입력 : 2018-02-20 14:03:57 수정 : 2018-02-20 14: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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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권력자들의 악행도 가부장적 악습의 전형
“나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된다.”

‘인체를 위한 변명’을 화두로 작업하고 있는 김영미 작가에게 인간형상은 삶과 사회를 말해주는 퍼즐 조각들이다.그가 그려가고 있는 다양한 인간 형상들은 평범한 정적인 모습에서부터 뒤틀리고 해체된 인간 내면의 다양한 고통의 나열까지 인간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유년기 외아들인 오빠의 심장병 사망으로 아버지가 씨받이를 들이면서, 대를 잇기 위한 모진 행위들이 가족의 정체성을 파괴시켜 갔다.” 시간이 갈수록 부친의 가족학대는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불행으로 이어졌다. 김 작가가 인간욕망의 폭력성에 대한 탐구를 화폭에 풀어낸 배경이다.

“소중한 가족사의 평화가 무너진 기억들은 역설적이게도 인간 내면의 완성이 무엇인가를 묻게 만들었다. 산산이 부서진 가족의 모습과 형식적이면서도 가식적인 관습을 통한 가장의 대 잇기에 대한 모순덩어리는 온전히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뤽섹을맨사람,2017,oil on paper,23x34.5cm
요즘 문화계 권력자들의 관습을 내세운 ‘성추행’파문을 떠올리게 해 준다. 어쩌면 그의 작업은 우리사회에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별반 다를게 없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행태나 문화권력자들의 못된 짓은 우리사회가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들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짓밟히고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는 사과의 자리에서 마저도 별개 아니었다는 식의 뻔뻔함을 보여주는 문화우상들의 몰락은,이제사 우리사회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작되고 있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평화로운 날108x78, oil on paper 2017
“많은 이들이 고통을 천형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야만 했다.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고,말을 해도 그저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던 많은 공범자들만 있었을 뿐이다.”

그는 이제라고 우리모두가 그들의 편이 돼서 위로의 손을 내밀때라고 했다.

“나는 구박당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내 작품속에 어루만지듯 펼쳐내고 있다. 가족사의 아픈 기억과 슬픔을 수습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속 인물들은 완벽하게 잘생긴 용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

“8등신 비너스 등 인간의 몸에 씌여진 이데올로기를 걷어내고 싶었다.”

고통을 이기는 사람들 2018 oil on paper,108x77.5
그의 인체 작업은 형상을 해체시키기 위해 그린 후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직관의 짓뭉갬으로 드러나는 인체는 모친의 특수성에서 타인의 일반성으로 확대된다. 폴 엘뤼아르의 ‘누구라도 좋은 내가 아닌 타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그려야만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삶의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적인 관습에 기댄 인간내면의 쓸모없는 DNA는 알고 보면 외피와 허울뿐인 고깃덩어리로 뭉쳐진 인간의 허상일 뿐이다. 그 허상을 잡고 우리 인간은 화를 불러들이거나 누군가를 향해 울부짖으며 악행을 반복적으로 행한다. 여성을 욕망의 해소 대상으로 삼아 온 소위 일부 문화권력자들의 악행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잔존물들이다.”

슬픔을 이긴사람들119x78, oil on paper 2017
그는 요즘 손가락으로 물감을 뭉개가며 인체를 그린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움에서 치유의 여정을 엿 볼 수 있다.“나의 인체탐구는 전통방식인 붓질 대신 과거를 어루만지듯 직접 손가락(핑거페인팅)으로 그려간다. 상처받은 나는 물론 같은 사정을 안고 사는 많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배려이자 표현방식이다.”

핑거페인팅으로 이룬 파스텔풍의 그의 작품에서 사람들이 위안을 받는 이유다. 3월 1일부터 14일까지 강남 아트플러스 린파인아트 갤러리에서 그의 초대전이 열린다.미국 뉴욕의 복합문화공간(Sandy Bernnett Art Gallery Bergen Perfoming Arts Center)에서도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내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전시기획은 미국 뉴욕의 아이리스문 큐레이터가 맡았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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