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차민규가 한 손을 들어올리며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 |
차민규와 스케이트의 만남은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허약한 체질을 개선하고자 스케이트를 신었다. 빙판 위를 누비는 자체에 재미를 붙인 차민규는 쇼트트랙 선수 길로 접어들었다. 동북중·고를 졸업한 그는 한국체대 입학을 앞두고 종목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부침을 겪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쳐 회복 불가 진단을 받았다.
이후 피나는 재활을 거쳐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난 차민규는 2016년 삿포로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이 종목 국내 최강자로 군림하던 모태범을 꺾으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는 거칠 것이 없었다. 지난해 2월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1000m 2관왕에 오르더니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차민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캘거리월드컵 3차대회 남자 500m 디비전A에서는 34초3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거머쥐며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다크호스’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금메달을 차지한 월드컵 세계랭킹 2위 알렉스 보이버트 라크로익스(캐나다)와 차이는 단 0.001초다.
차민규는 “쇼트트랙 선수였을 때도 경기력이 괜찮았다. 내 성향이 몸싸움을 싫어해서 전향을 했는데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제 어엿한 ‘에이스’가 되지 않았느냐 질문에 만면에 미소를 띠며 “부상으로 재활을 할 때는 절망감이 들고 다른 진로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계속 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앞으로 에이스라는 말에 어울리게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릉=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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