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몇일 전 이윤택 선생님의 성폭력 사건이 밝혀지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라며 “연희단거리패에서 있었던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고 치유된줄 알았던 전 다시 심장이 뛰고 옴몸이 뻣뻣하게 저리고 눈물이 났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조금 전 이윤택 선생님의 기자회견장에 갔습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모든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그래서 제가 받은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서 갔던 것 같습니다”라며 “그러나 선생님께선 전혀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특히 성폭행 부분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는 말씀에 저는 기자회견장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그러나 연희단거리패에서의 생활, 선후배 관계, 공연이 좋았던 그는 한동안 극단을 나올 수 없었다. 그는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늘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관객 앞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라며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조용히 그 곳을 나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집에 돌아온 그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고 지금도 치료가 진행 중이다.
김씨는 “지금 연희단거리패에 계신 선배님들께선 아마 이 사실을 모르실 겁니다”라며 “제가 나온 이후에도 분명 선생님과 피해자만이 아는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분명 더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지금 용기 내지 않아서 이 일이 흐지부지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아픔을 힘겹게 꺼내준 피해자들이 또 한번 고통을 당할 것입니다”라며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제가 다시 하늘을 똑바로 볼 수 있고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서 입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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