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홍칼럼] 야당하기 쉽다는 착각

관련이슈 김기홍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8-02-20 00:02:43 수정 : 2018-02-20 00:05: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유한국당으로 간판 바꿔 단 / 야당 변신은 발효인가 부패인가 / 여당을 여당답게 만드는 것보다 / 야당을 야당답게 만드는 게 시급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작년 7월에 만났을 때 “야당은 하기 쉽습니다”라고 말하더니, 정말 야당을 쉽게 하고 있다. ‘셀프 꽃길’ 비난을 무릅쓰고 한국당 텃밭인 대구의 북을 당협위원장을 맡았고 당내 TK지역 출신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구경북발전위원회 위원장직도 차지했다. 입바른 소리가 듣기 싫어 최고위원회의실 문을 닫아건 채 중진의원들과 담 쌓고 지내고 있다. ‘독재’ ‘소통부재’ 등의 비난이 쏟아져도 하고 싶은 얘기는 페이스북으로 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참모들의 대면보고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질문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을 보는 것 같다.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려울 때 야당을 하면 더 재밌습니다. 쉬울 때 야당을 하면 야당의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라는 말도 했다. 한국당 돌아가는 것을 보면 야당 하는 재미를 느낄 턱이 없고 야당의 존재 의미도 찾지 못할 것 같다. 사면초가 신세인 당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중진의원들이 “대여투쟁에는 보복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고 안전한 당내 총질만 아르바이트하듯 하고 있다”면서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논란의 정책을 쏟아내도 당은 손가락질만 할 줄 알았지 변변한 대안 하나 내놓은 게 없다. 이웃사촌이 땅을 산 게 못마땅해 분풀이하듯 ‘친북종북좌파’ ‘정치보복’ 같은 거친 언사만 되풀이할 뿐 꿈과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코앞에 닥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람이 넘쳐나는 여당과 달리 한국당은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내세울 만한 유력후보들마저 꼬리를 내리기 급급하다. 한국당에서 얻을 이익이 없는 탓이다. “가짜보수와 결별하고 진짜 보수의 중심 세우고자 새로운 길 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바른정당 의원들은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갔다. 국민 지지를 핑계댔지만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고육책일 뿐이다. 한국당의 쓸모를 가늠케 한다.

위스키는 장기간 숙성하면서 해마다 2% 정도의 양이 자연적으로 증발한다. 술이 익는 동안 수호천사가 지켜준다고 보면서 사라지는 술을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2년 18대 대선 득표율은 51.6%였고 홍 대표의 2017년 19대 대선 득표율은 24.0%였다. 한국당 지지율 역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절반 이상 사라진 지지율은 천사의 몫인가 악마의 몫인가.

김기홍 논설위원
발효와 부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미생물이 작용해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은 같지만 사람에게 이롭게 썩으면 발효이고 해롭게 썩으면 부패다. 보수정당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꿨다는 야당의 지금 모습은 발효인가 부패인가.

홍 대표는 문재인정부를 향해 “정치 23년을 거쳤지만 이런 정권은 처음 본다”고 개탄했지만 “70년 헌정사에서 이런 야당은 처음 본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월 임시국회 파행을 비난하며 “여당을 여당답게, 정권을 정권답게 만드는 것도 야당의 몫”이라고 했으나 많은 국민이 보기엔 야당을 야당답게 만드는 일이 더 시급하다.

여당에서 “최소 20년 이상 연속 집권을 해야 한다”는 꿈이 당의 비전으로 무르익고 있다. ‘20년 집권론’은 새누리당이 5년 전에 했던 주장이다. 당시 홍문종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하는 꼴을 지금 보니까 저 사람들한테 어떻게 나라를 맡기나.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까 정말 20년 더 (집권) 해야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 ‘20년 집권론’이 비수가 되어 거꾸로 한국당을 겨누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문 닫게 하겠다”는 호언장담도 여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유행가처럼 회자되고 있다. 이 소리를 듣고도 한국당은 “영구집권의 야욕을 드러냈다”고 반발할 뿐 속수무책이다. 한국당은 위기를 낭비하고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