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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사회 되돌아보게 하는 문화계 ‘미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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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0 00:08:15 수정 : 2018-02-20 0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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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에 ‘미투(#MeToo)’ 파문이 거세다. 과거 배우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연희단거리패 연출가 이윤택씨가 어제 사과했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과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했지만 번번이 그 약속을 못 지켜 큰 죄를 짓게 됐다”고도 했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한국극작가협회 등은 그를 제명했고,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됐다.

이씨 사건에 얽힌 증언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지난 14일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에 이어 16일 연극배우 A씨, 17일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한 B씨가 이씨의 성추행 사실 등을 폭로했다. A씨는 페이스북에 “2000년 고교 졸업 뒤 극단에 들어갔으나, 회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차 뒷좌석에서 유사 성행위를 강요당한 뒤 7년여간 추행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열아홉 살, 스무 살이던 2001년과 2002년 밀양과 부산에서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이들뿐인지도 의문이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 발표로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시인 고은씨도 오십보백보다. 서울시는 그를 기념하는 ‘만인의 방’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씨는 연극계를, 고씨는 문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문화예술계의 폭력적 위계구조 아래 얼마나 부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A씨는 “극단을 나온 뒤 매일매일 악몽에 시달렸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고 했다. 권력자에게 짓밟힌 어린 연극인의 참담한 심경이 담긴 말이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될 법한 말인가.

우리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어제 오후 현재 2만6000여명이 이씨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했다. 이씨부터 철저히 조사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청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제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온라인 창구를 열어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목격자·관리자의 제보도 받겠다고 했다. 임기응변식 대책이어서는 곤란하다.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가해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해 처벌하는 확고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짓밟힌 예술인의 인권을 살리고, 문화예술의 싹도 틔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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