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이 1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 추월을 시도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빼어난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최민정에겐 아웃코스 추월은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그는 예선에서 11바퀴를 남겨놓고 아웃코스로 질주하며 여유 있게 선두를 차지했고 준결선에서는 4바퀴를 남겨두고 2바퀴를 아웃코스로 탄 끝에 선두 자리를 뺏어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준결선 레이스 도중 추월할 때 왼손을 뒤로 빼면서 실격을 의식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압권은 결선 무대다. 예선, 준결선과는 달리 최민정은 12바퀴를 남긴 레이스 초반 선두로 치고 나왔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최민정이 초반부터 선두 자리에 나서자 킴 부탱(캐나다)과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요리엔 테르 모르스(네덜란드) 등이 선두 자리를 빼앗으려 치고 나왔다. 불필요한 체력 소진을 피해 4위 자리에서 관망하던 최민정은 3바퀴를 남기고 움직였다. 순식간에 아웃코스로 빠져나온 그는 한 바퀴를 통째로 아웃코스로 타면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세 선수를 차례로 제쳐냈다. 이미 체력을 소진한 경쟁자들은 최민정의 멀어져만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바퀴를 남기고 큰 격차로 선두 자리를 꿰찬 최민정은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완벽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사자성어가 꼭 어울리는 장면이다. 최민정은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6살 때 스케이트에 입문, 초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 동계체전에서 줄줄이 메달을 따는 등 국내 최강자로 군림했다. 소치 올림픽이 끝난 2014년 시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된 최민정이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로 올라서기까지 2년이 걸리지 않았다. 2014∼15시즌 2차 월드컵 여자 1500m 우승을 시작으로 월드컵 금메달을 쓸어담기 시작했고 2015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17세의 나이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대형 사고’를 쳤다. 최민정은 서울에서 열린 2016년 세계선수권까지 2연패를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 시즌 월드컵에서는 개인전에서만 금메달 6개를 쓸어담으며 사상 초유의 ‘쇼트트랙 4관왕’ 후보로 주목받기도 했다. 500m에서 비록 실격하며 4관왕은 놓쳤지만, 지금 기량만 놓고 보면 1000m와 3000m 계주 독식까지 ‘3관왕’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릉=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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