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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칼럼] 김정은의 ‘평창올림픽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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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8 20:05:11 수정 : 2018-02-18 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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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선수단 개회식 때 공동입장
南 대통령·여정 함께 단일팀 격려
남측 삼수 끝 유치한 올림픽에
막판 숟가락 올려놓기 대성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외교 무대를 휘젓고 있다. 김정은의 속셈과 야심은 무엇일까. 김정은의 생각을 독백 형식으로 살펴볼까 한다.

지난해 무술년 토정비결을 보니 남측에 귀인이 나타나 외통수에서 탈출한다는 점괘가 나올 때만 해도 설마 했다.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동생 여정이를 보내 남북정상회담 친서를 전달하니 토정비결의 예측대로다.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남측 대통령과 여정이가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를 격려하니 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인지, 평양인지 구분이 안 간다. 남측이 삼수 끝에 개최한 올림픽에 1988년 서울올림픽 불참 경험을 교훈 삼아 막판에 가볍게 숟가락을 올려놓았는데 대성공이다. 야심작인 마식령 스키장 홍보까지 했으니 일거양득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 연구원장
올림픽을 계기로 육·해·공의 대북 제재에 구멍이 생겼으니 본격적으로 경제 제재를 돌파하자. 올림픽 이후 남측에서 특사가 와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을 확정하면 통일전선부 라인이 1·2차 회담의 추억을 살려 진행하면 된다.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남측의 청와대가 인기가 올라간다고 하니 분위기 좀 맞춰주자. 남측은 우리 공화국과 회담만 하면 흥분하니 역이용하면 된다. 성사 조건은 6·15 선언(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문)과 10·4 선언(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의 이행이다.

남측 자본주의자들은 사회주의 예술단과 미녀응원단의 ‘립스틱 외교’를 잘 몰라 음악, 체육 행사만 하면 당장 통일되는 줄 알고 들뜨니 일하기가 편하다. 내가 남북교류를 지시하는 강령을 발표했으니 오고 싶은 남측 인사는 모두 방문케 하자. 평양에 오도록 해 할아버지 동상에 참배도 시키고, 저녁에는 백두산 들쭉술로 만취하도록 접대하면 된다. 당연히 건배 구호는 ‘우리가 남이가’이다. 대남 일꾼은 남측을 다루는 수십 년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5년의 단임 남측 정부와 달리 북측 일꾼은 20년 이상 한자리에서 일하니 우리가 한 수 위다. 5개월 전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강철비’ 같은 영화 소재 정도로 망각하니 남측은 다루기가 용이하다.

4월 예정이라는 한·미 연합훈련은 중지하도록 선전전을 전개하라고 중앙당에 지시해 놓았다. 올림픽으로 남측은 우리 페이스에 들어왔으니 9·9절(북한 정권 수립일) 전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통남봉미(미국을 배제한 남한과의 협상) 전략으로 남측을 한·미동맹에서 자연스럽게 이탈시킬 수 있다. 광명성절(김정일의 생일)에 연설한 대로 핵 무력 강화를 위해 미제들과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해야겠다. 남측 대통령이 여정이에게 조기 북·미대화를 제안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북·미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통남통미(남한을 통해 미국과 대화함) 전략이다. 워싱턴은 핵 군축회담이 아니라 비핵화 주제의 북·미회담을 주장하니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측의 체면을 생각해 탐색적 대화라는 예비 접촉으로 대외 브랜드를 제고해보자.

최근 라트비아의 최대 민간은행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금융기관 제재) 제재로 미국 금융거래망에서 퇴출되니 북측과 위장거래를 하는 중국기업도 긴장할 것 같다. 제재 완화는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워싱턴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인공위성을 가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태평양으로 보내 강대강 구도를 유지해야 한다. 여정이가 평창 선전전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완파했으니 대화 제스처가 손해는 아니다.

남측 사람은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는지 정치 위에 스포츠가 있는지 판단을 못 하는 것 같다. 이미 장웅 IOC 위원이 지난해 무주에 가 이야기를 했는데도 못 알아듣는 것 같다. 남측에도 북측 연구자가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에 대한 연구를 한참 더해야 할 것 같다. 무술년에도 남·북·미 외교전으로 분주한 한해가 될 것 같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외교무대에 등장하면 조만간 중국 베이징에 가 시진핑 국가주석도 만날 수 있겠다. 공화국의 수령 직위는 지속적인 긴장과 고뇌가 필연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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