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그래 도종환 장관이야 체육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의 장관이라고 치자. 유승민 IOC 선수위원도 관계자라고 치자. 그런데 대체 박 의원은 윤성빈과 무슨 인연이 있단 말인가. 그의 국회 상임위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인가? 아니다. 그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박영선 의원이 ‘나도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면? 그럼 조용히 응원하다 윤성빈이 관중과 국민들과의 교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지난 뒤에 격려 방문해도 얼마든지 괜찮다. 그런데 우승 확정 직후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을 ‘순수한 응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순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을 정치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15일 열린 1~2차 주행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오르며 이미 금메달을 예감케 했던 윤성빈에게 국민들에게 쏠릴 눈길을 자신의 인지도 높이기에 활용하려 한 것이라면? 틀렸다. 오히려 역효과다.
박영선 의원 페이스북 캡쳐 |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박 의원의 SNS 글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정작 윤성빈 선수 가족은 일반석에서 응원하는데 국회의원이라고 특혜를 받아 그 곳에 계신거 같다는 느낌!”, “왜 거기 계세요? 참 거북했어요”, “2018년 새해부터 국회의원이 삽질하고 다니네...일반 시민들도 경기 끝난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자신 찍을 수 있는건지,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는 비겁한 행동입니다”, “겁나 구태였다. 갑툭튀해서 기분 잡쳤다”, “서울 시장에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럼 올림픽가서 사진 찍는게 아니라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정책 연구, 서울에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서민들과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서 불편 사항을 듣고 개선하려고 노력해라” 등등의 댓글이 달렸다. 맞다. 일반 시민들은 윤성빈과 인증샷을 찍고 싶어도 찍을 수 없다. 그가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국회의원이라는 직위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분명 국회의원의 특권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설날 아침이라 응원오는 사람들이 적을 것 같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윤성빈의 스켈레톤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하이라이트였고, 15일 1~2차 주행으로 이미 금메달을 충분히 예감할 수 있는 바였기 때문에 박 의원이 그곳에 응원가지 않았어도 차례상도 마다하고 응원갈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지체 높으신 장(長)이나 의원들게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 당신들에게 그 자리를 드린 것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지 군림하거나 특권을 누리라고 드린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금메달 따는 순간에 얼굴 비춘다고 해서, 선수와 인증샷을 찍는다고 해서 시장 선거에서 한 표가 더 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평창=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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