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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와의 인증샷도 일종의 특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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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7 11:39:44 수정 : 2018-02-17 11: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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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를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감과 뜨거운 감동을 준 ‘新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24)의 압도적인 레이스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몇몇 장면이 있었다. 윤성빈과 별다른 인연도 없는 정치인들이 모습을 드러내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성빈이 1~4차 주행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2위와는 무려 1.63초 차이로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의 피니시 라인. 그곳엔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4선 중진 박영선 국회의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슬라이딩센터를 직접 찾아 윤성빈을 응원한 관중들은 물론 TV로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윤성빈이 우승 직후 오롯이 혼자서 환호하거나 그동안 훈련을 동고동락한 이용 감독과의 포옹 등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세리머니를 보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우승 확정 순간을 함께한 것은 소위 ‘좀 나가는 높으신 분’들이었다.

그래 도종환 장관이야 체육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의 장관이라고 치자. 유승민 IOC 선수위원도 관계자라고 치자. 그런데 대체 박 의원은 윤성빈과 무슨 인연이 있단 말인가. 그의 국회 상임위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인가? 아니다. 그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박영선 의원이 ‘나도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면? 그럼 조용히 응원하다 윤성빈이 관중과 국민들과의 교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지난 뒤에 격려 방문해도 얼마든지 괜찮다. 그런데 우승 확정 직후의 순간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을 ‘순수한 응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순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을 정치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15일 열린 1~2차 주행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오르며 이미 금메달을 예감케 했던 윤성빈에게 국민들에게 쏠릴 눈길을 자신의 인지도 높이기에 활용하려 한 것이라면? 틀렸다. 오히려 역효과다.

박영선 의원 페이스북 캡쳐
박영선 의원은 16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새해 첫날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설날이라 다른날보다 응원오는 사람이 적을 것 같아서 응원왔는데 와! 금메달을 땄습니다. 윤성빈 선수 운동 시작한지 6년 만에 거머쥔 금메달. 정말 대단해요. 썰매와 합쳐 몸무게 115kg를 유지해야 최적의 컨디션이 나온다고 하는 스켈레톤. 그래서 하루 5끼를 먹기도 한다고. 윤성빈 장하다!!!그리고 김지수도 장하다!!! 두 선수가 설날 아침 대한민국을 한껏 빛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윤성빈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올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박 의원의 SNS 글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정작 윤성빈 선수 가족은 일반석에서 응원하는데 국회의원이라고 특혜를 받아 그 곳에 계신거 같다는 느낌!”, “왜 거기 계세요? 참 거북했어요”, “2018년 새해부터 국회의원이 삽질하고 다니네...일반 시민들도 경기 끝난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자신 찍을 수 있는건지, 개인 사리사욕을 채우는 비겁한 행동입니다”, “겁나 구태였다. 갑툭튀해서 기분 잡쳤다”, “서울 시장에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럼 올림픽가서 사진 찍는게 아니라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정책 연구, 서울에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서민들과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서 불편 사항을 듣고 개선하려고 노력해라” 등등의 댓글이 달렸다. 맞다. 일반 시민들은 윤성빈과 인증샷을 찍고 싶어도 찍을 수 없다. 그가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국회의원이라는 직위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분명 국회의원의 특권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설날 아침이라 응원오는 사람들이 적을 것 같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윤성빈의 스켈레톤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하이라이트였고, 15일 1~2차 주행으로 이미 금메달을 충분히 예감할 수 있는 바였기 때문에 박 의원이 그곳에 응원가지 않았어도 차례상도 마다하고 응원갈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지체 높으신 장(長)이나 의원들게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 당신들에게 그 자리를 드린 것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지 군림하거나 특권을 누리라고 드린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금메달 따는 순간에 얼굴 비춘다고 해서, 선수와 인증샷을 찍는다고 해서 시장 선거에서 한 표가 더 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평창=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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