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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소현 "명성황후 목소리 대변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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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4 13:48:14 수정 : 2018-02-14 13: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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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명성황후’로 돌아온다. 2015년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공연에 처음 출연했던 그가 오는 3월 6일 다시 ‘조선의 국모’로 분한다.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다.

첫 출연 당시 김소현의 서구적 외모와 소프라노 음색이 이 역과 맞겠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막이 오르자 오히려 명성황후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김소현은 “당시 공주같은 역할을 많이 해왔던 터라 어떻게 하면 더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줄까 많이 신경 썼다”며 “이번에는 (카리스마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내려놓고, 명성황후가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어떤 모습이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성황후의 내면에 치중하면서 관객 3000명을 일 대 일로 만나고 싶다”며 “‘크고 멋지게’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음으로 만난다는 생각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소현은 역사적으로 논란의 인물인 명성황후를 이 작품이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명성황후를 조사하고 연기해보니 우리가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아는 것 아닌가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전 지금 세계에서 명성황후를 가장 사랑하는 위치에 있기에 조금이라도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에 남편인 배우 손준호가 극 중 명성황후 남편인 ‘고종’ 역할로 출연하는데요.

“저희가 뮤지컬로 만나서 결혼했기에 웬만하면 같은 무대에 서는 건 자제하려 했어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같이 출연했지만 절대 같은 회에 출연하지 않기로 하고 들어갔죠. 지난 20주년 ‘명성황후’ 때도 남편이 고종을 하기로 얘기 됐었는데 저희가 ‘힘들 것 같다’고 했어요. 이번에는 (에이콤) 윤호진 대표님이 무조건 하라고 해서 했는데 왜 같이 하라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실제 살아있던 부부를 지금 살아있는 부부가 연기하니 책임감을 느껴요. 시너지도 있고요. 고종, 명성황후가 어려운 캐릭터라 서로 많이 상의해요. 이 작품이 외워야할 레시타티보가 많은데, 제가 3년 전에 집에서까지 엄청 중얼중얼했던 걸 남편이 이제야 이해하더라고요.”
-20주년 때는 윤 대표가 ‘새로운 명성황후를 찾으라’는 조언을 해줬는데 이번에도 당부의 말이 있었나요.

“그때는 제가 과거의 명성황후에 너무 부담을 느끼니 ‘너만의 것을 보여주라’고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이번에는 모든 장면에서 더 깊이를 주라고 말씀하세요. 윤 대표님은 그 카리스마 만으로도 배우에게 에너지를 주는 분이에요. 잘 하고 있으면 별로 말씀을 안 하세요. 못 하면 20, 30번씩 될 때까지 시키는 스타일이라 그런 면이 좋아요. 배우가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전체 그림과 맞지 않으면 찾을 때까지 시키죠. 해주신 말씀 중 제일 좋았던 게 ‘에너지란 쓰면 쓸수록 더 나오는 거다’예요. 초연 때도 지금도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는 말이에요. 에너지는 샘솟는 거란 얘기가 ‘명성황후’를 하며 굉장히 힘이 됐어요.”

-실제로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힘이 나던가요?

“네, 나오더라고요. 오히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더 힘들어요. ‘명성황후’ 막바지에 칼 맞고 죽는 장면에서 모든 에너지가 바닥 나요. (그런데 이어서) 더 큰 장면을 해야 하니 에너지 배분이 안 되는 거예요. 죽고 나서 마지막으로 노래하려고 앉아 있는데 자신이 없는 거예요. 첫 공연날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했어요. 그 노래 전주가 길어요. (전주가 나오는 동안) ‘내가 이러려고…’ 하하,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노래가 점점 절정으로 치닫자 객석에서 함께 합창해주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걸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작품이 20년을 끌고 온 힘이 느껴졌어요. 객석에서 주는 에너지를 느끼며 공연하다보니 발톱이 빠지면서까지 했던 것 같아요.”

-명성황후가 정치가이지만 아내·엄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배우분과 접점이 있는데요.

“시대를 떠나 사람의 일상은 똑같잖아요. 경험은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아내·엄마로서 경험해 봤기에 인물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게 되고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더 공감되요. 명성황후는 실존했던 비극적 인물이잖아요. 마지막에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노래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게 명성황후가 실제로 하고 싶던 말인 것 같아 울컥해요. 우리 역사가 안타깝기도 하고요. 명성황후를 가장 사랑하는 입장에서 뭔가 대변하고 싶어져요. 논란이 있는 인물이지만, 오셔서 공연으로 봐주시고 잠깐이라도 명성황후를 이해한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명성황후가 논란의 인물인데 뮤지컬이 너무 미화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배웠어요. 그런데 더 조사해보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하게 돼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아는 거 아닌가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외국 공사나 선교사가 쓴 일기를 보면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게 명성황후가 쓰여 있거든요. 그런 걸 다 파헤칠 순 없겠지만, 저는 지금 세계에서 명성황후를 가장 사랑하는 위치에 있기에 조금이라도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어요. 만약 명성황후가 마냥 사치스럽고 남편을 휘두르기만 했다면 굳이 죽일 이유가 없었겠죠.”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현재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어서인데, 명성황후는 어떤가요?

“왕족이든, 프랑스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이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조선시대는 얼마 전 우리 역사이기에, 많은 분들이 특별히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느끼고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외국 인물을 연기할 때보다 하나되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실제 살아있던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제 스스로 그 마음이 느껴지고 공감돼요.”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면이 있다면요?

“‘어둔 밤을 비춰다오’라는 노래에서 죽기 직전에 내가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남편, 아이와 평범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기해요. 처음으로 자기를 얘기하는 장면인데, 너무 마음에 와닿아요. 그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싶어요. 가사 하나하나가 공감되고, 울컥해서 공연에서 노래하기가 힘들 정도에요. 명성황후의 내면은 후대에 거의 전달이 안 됐잖아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왕비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최후도 너무 비참하잖아요. 상상도 못할 만큼. 처참하게…. 너무 불쌍해요”

-올해로 데뷔 17년차인데요.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었는지요. 아직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너무 운이 좋게 뮤지컬 붐이 일기 시작할 때 ‘오페라의 유령’을 했어요. 여배우라면 하고 싶은 역할을 다 해봐서 감사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책임감, 두려움이 커져요. 처음 데뷔했을 때 제 모습을 현재로 갖고 오고 싶어요. 그 때는 두려움도 없었고 나만 잘 하면 됐어요. 패기 넘쳤던 풋풋한 모습을 다시 가져오고 싶은데 그러기엔 이미 경험도 많고 무대가 무섭다는 걸 알죠. 점점 두려움·부담감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그런 심적인 부분 때문에 연습한 걸 (100%) 발휘 못하는 것 같아요. 이전에 ‘모차르트’를 했을 때, 처음으로 노래 한 곡을 그랜드하게 부르고 거의 나오지 않는 역을 맡았어요. 그 때 계속 나오는 역할보다 한 장면에 모든 걸 쏟아내는 역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웠어요. 그러고 나니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져요. 더 철저히 준비하고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섹시한 역할만 아니면 뭐든 할 준비가 됐습니다.”

-‘명성황후’가 뮤지컬 인생에서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요.

“한 역할을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해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저한테도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줬고, 배우로서 우리 역사를 경험한다는 것도 소중했어요. 전 라이센스를 많이 해서 ‘우리나라 배우가 창작 뮤지컬을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명성황후’라는 대표적 창작 뮤지컬을 하면서 너무 뿌듯했어요. 윤 대표님께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라’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마 ‘네가 오래도록 해라’ 이런 뜻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라’, ‘너 믿으니 조바심 느끼지 말고 잘 해라’ 이 의미였을 거예요. 사랑의 채찍질 같아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사진=에이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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