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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국제통화기금(IMF)금융위기때 미 LPGA 대회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해 국민들을 열광케했던 골퍼 박세리의 성공 이면에는 아버지 박준철씨의 집념이 도사리고 있다. 준철씨는 딸을 가르치기 위해 혼자서 외국 골프 비디오를 보면서 스윙을 분석했다.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본격적으로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박세리가 초기에 선보였던 아크가 큰 업라이트스윙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준철씨는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새벽 2시까지 딸을 훈련시켰다. 혹독할 정도였다. 담력을 키우기 위한 야간 공동묘지 훈련도 시켰다. 준철씨는 “선수 1명씩 공동묘지에 올라가고 코치들은 귀신 대역을 맡았다”고 했다. 그는 “공포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당시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외국 선수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레슨을 해줬고,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담력 쌓기, 배짱 키우기에 주력했다”고 했다. 그는 신혼초에 야반도주한 덕택에 대전 유성구 다리 밑에서 텐트를 치고 살 정도로 가난했다. “별로 좋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때 불우한 생활을 했던”그는 딸을 통해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땅콩’ 김미현은 1998년 미국에 진출했을 때 그린피 200달러가 부담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US오픈 퀄리파잉라운드때 한인 태권도 사범들이 나서서 그린피를 내고 연습라운딩에 동행해주었다. 그의 아버지 김정길씨는 봉고차를 끌고다니며 딸이 경기에 집중할수 있도록 그림자가 되어주었다. 한동안 차에서 먹고자는 밑바닥 투어 생활을 딸과 함께 했다. 아버지 헌신덕택에 김미현은 트레이드마크가 된 동전쳐내기 퍼팅 등 실력연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희생이 없었다면 김미현은 스타자리에 오를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한국 골프 선수의 운전사 겸 코치 역할을 하는 아버지를 ‘골프 대디’라고 부른다. 자식을 축구선수로 성공시키기 위해 뒷바라지 하는 ‘사커맘’에 빗댄 말인데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만들어진 말이다. 한국 아버지들이 경기에 집착해 과도한 코치를 하거나, 다른 선수들이 보는데서 딸을 혼내는 모습 때문에 한동안 곱지 않은 시각이 퍼졌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이 선수들에게 유난히 정성을 쏟고 그 결과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자 시선이 달라졌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한국 선수들의 LPGA 선전과 관련해 숨은 공로자로 열성적인 부모를 꼽았다.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재미교포 클로이 김이 아버지 김종진, 어머니 윤보란씨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에 미국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로 출전한 한국계 클로이 김의 성공에서도 ‘한국 아빠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했다. 클로이는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93.75점으로 최연소 금메달 획득 기록을 세웠다. 1982년 800달러를 들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던 아버지 김종진씨는 햄버거 가게에서 설거지를 하고 편의점 점원으로 일했다. 늦둥이 클로이가 태어나자 4살때 스키장으로 데려갔고, 25달러짜리 스노보드를 사주었다. 클로이가 6세때 미국 스노보드 내셔널챔피언십 대회에서 3위에 오르자 김씨는 만사를 제쳐놓고 딸에게 정성을 쏟아부었다. 딸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로 이사할 정도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기차를 갈아타야 도착하는 프랑스 훈련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는 새벽 2시에 기상해 자동차를 6시간 몰고가 딸을 스노보드 훈련장에 데려다 주는게 주요한 일과였다. 아빠의 헌신이 딸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한국적 현상인 ‘기러기아빠’도 자식들의 성공을 위한 아빠들의 헌신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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