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세계일보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그래픽 참고)에서 집행된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지점장 전결)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2조49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288조8750억원)의 32.02%에 달한다.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은 제조업에서 24.40%가 집행됐고 △도매 및 소매업(23.99%) △부동산업 및 임대업(20.71%) △숙박 및 음식점업(10.48%)이 그 뒤를 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크게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대출로 구분된다. 시설자금 대출은 공장과 점포 등의 기계설비를 들여놓을 때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차주가 대출을 신청 시 주로 해당 설비 판매자에 돈이 입금돼 자금 유용이 불가능하다.
은행으로서는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 용도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출 규모가 크지 않고 용도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전결로 나간 개인사업자 대출 용도를 사후에 확인할 경우 일선 영업점 업무가 과다해진다”며 “은행 차원에서 창구에 대출승인 시 용도 확인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공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자금용도가 불분명한 운전자금 대출의 경우, 가계 연체율을 키울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들의 지점장 전결로 나간 운전자금 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0.35%로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0.29%)보다 높다. 같은 기간 시설자금 대출의 연체율은 0.17%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운전자금 대출처럼 자금용도 확인이 안 됐을 경우 부동산시장 하락 등의 상황이 왔을 때 (연체 등)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분명하게 자금 용도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은 “운전자금 대출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생계와 연관됐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며 “다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이 이뤄지도록 명확하게 자금 용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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