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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저만의 창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특정 학교 출신 가산점 부여에 비애 느껴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남긴 더블린 출신 극작가이자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는 작가로 입신하는 과정에서 고초를 많이 겪었다. 출판사에 수차례 원고를 보냈지만 자주 거절당했다. 그런 수모를 감당하면서도 그는 꿈을 잃지 않고 도전했다. 자기는 열 번 중 아홉은 실패하기에 꼭 열 번 이상 도전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1925년 스웨덴 한림원은 ‘뛰어난 시적 아름다움에 스며있는 재기 발랄한 풍자로 이상주의와 인도주의 사이에 위치한 그의 작품은 감동’에 값한다며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풍자에 능했던 그는 때로 독설가로 통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그는 로댕의 작품을 무턱대고 싫어하는 사람을 초대해 한 장의 데생을 보여주며, 최근 구한 로댕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들은 다투어 혹평을 쏟아냈다. 그 제멋대로인 여러 평가를 다 들은 다음 쇼는 비로소 말했다. 그것은 로댕이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이었다고.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내내 세상의 편견에 시달렸다. 강렬한 색채며 약동하듯 꿈틀대는 마티에르로 치열하게 그렸지만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사후 결과적으로 불멸의 화가가 됐지만 생전에는 그런 예감조차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비극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우울증 등으로 고통스럽게 생을 견뎌야 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편견과 인습의 사슬이었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지배권을 잡으면 그들은 자기들의 위치를 확보하고, 다른 사람을 배척하려고 한다며 자신도 그런 이들 때문에 실업 상태를 면치 못한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모자철학’에서 알프레드 조지 가드너는 인간이 저만의 특유한 창구멍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모자집 주인은 모자를 통해, 치과의사는 치아를 통해, 실업가는 회계실의 열쇠를 통해 보고 판단하기에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고 그러면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들은 모두가 인생을 걸어가는 데 각자의 취미나 직업이나 편견으로 물든 안경을 쓰고 가는 것이고, 이웃사람들을 우리 자신의 자(尺)로 재고, 자기류의 산술에 의해 그들을 계산한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보지 객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즉 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이지, 실제로 있는 대로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실이라는 그 다채로운 것을 알아보려고 할 때 수없이 실패를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전꾼들’에서 앙드레 지드는 ‘편견은 문명을 떠받치는 기둥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볼테르의 지적처럼 어리석음의 으뜸되는 것이 편견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언제나 편견의 우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편견을 대문으로 쫓아내면 언제나 창문으로 되돌아 들어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학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인재 채용을 위해 블라인드 전형을 한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특정 학교 출신에 가산점을 부여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경력직원을 채용한다고 해 응시했는데, ‘어 고졸이네요’라고 말했다는 면접관의 편견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학력, 출신지역, 성별, 편(내 편·네 편) 등 여러 면에서 편견 없이 진실이 가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편견의 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얼룩을 서둘러 지우자.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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