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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방제 수준 재정분권’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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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2 20:06:26 수정 : 2018-02-12 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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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다는 소식은 지방재정 실무자 및 연구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정부의 재정분권과 관련한 논의 수준이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인상과 비율 조정으로 그친다면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정부에 세입과 세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 지방정부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제공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자주적으로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세입과 세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에 관한 결정권은 국회가 행사하고, 세출에 관해서도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높아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방제 수준의 재정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재정운용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금재덕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
중앙정부는 전국의 모든 지방정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서로 다른 선호와 필요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주민들의 선호와 필요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비용도 많이 든다. 반대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주민들의 서로 다른 선호와 필요에 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 국가차원에서 사회적 후생이 증진될 수 있다.

자율성이 증진되면 사회적 후생뿐 아니라 책임성도 강화된다. 주민들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로부터 편익을 얻기 위해 지방세를 부담한다. 높은 수준의 혜택을 얻고자 하는 주민들은 더 많은 지방세를 부담해야 한다. 주민들은 지방세를 추가로 부담하는 만큼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지방세를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주민들은 지방정부의 단체장과 관료 및 의원들의 행태를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의존한다면, 주민들은 추가적인 부담 없이 추가적인 편익을 누리게 되어 비용의식이 감소한다. 주민들이 지방정부를 감시할 의지가 약화할 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주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할 유인이 없다. 결국 예산낭비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정부의 세입과 세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세입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조례로 지방세의 세목과 세율을 결정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조례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결정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세출 측면에서 국고보조금의 비중을 낮추고, 지방정부의 동의가 없는 국고보조사업은 신설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국고보조사업을 신설하여 지방정부가 그 사업을 수행하게 했지만, 필요한 재원을 모두 지원하지는 않았다. 부족한 재원은 지방정부가 대응자금으로 충당하게 하였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국고보조사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지방정부는 대응자금을 마련하기도 힘들다. 이는 지방정부의 세출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에 세입과 세출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부여하는 제도개선에 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금재덕 서울시립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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