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유사수신 사기 피하는 방법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8-02-12 20:52:22 수정 : 2018-02-12 20:52: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야, 이 얼굴이 사기를 치게 생긴 얼굴이냐?”

친구가 대뜸 스마트폰을 내밀어 사진첩을 열며 물었다. 온화하게 생긴 중년 여성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문득 직전 이 코너에 쓴 칼럼에 달린 댓글이 떠올랐다. ‘멍청하게 생겨서는 멍청한 기사만 쓰네.’ 생긴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하려던 차에 친구의 말이 이어졌다. 자신은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어 걸려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사람좋은 얼굴로 금융전문가 행세를 하며 접근해 고액 이자를 준다고 속여 수십 명에게서 수백억원을 편취했다는 것이었다. 흔하디 흔한 유사수신이다. 사기꾼은 또 나중에 유입된 투자자의 돈을 빼다가 초기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고 초기 투자자의 재투자를 이끌어냈다고도 했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Ponzi scheme)’다. 교과서적인 금융사기 스토리에서 그나마 재미있던 부분은 사기꾼이 동종 전과로 복역 중 만난 감방 동기에게 남장을 시켜 부부 행세를 했다는 점 정도였을까. 이 정도면 본지 사회면의 ‘난류한류’ 감으로는 손색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친구의 그 다음 말은 곱씹을 여지가 있었다.

이우중 정치부 기자
“그런데 말이야, 이건 속은 사람이 더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요컨대 이런 저금리 시대에 확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주는 것이 어디 있으며,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큰돈을 덥석 맡기는 건 또 뭐냐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2년 전쯤 이 건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더 컸던 유사수신 사기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때도 이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투자처가 있으면 달러빚을 내서라도 자기가 투자를 하지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기사 댓글 역시 ‘고소하다’, ‘네 탓이다’ 같은 조롱이 가득했다. 요즘으로 치면 가상화폐 폭락 기사에 으레 달리는 댓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피의자는 구속됐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유사수신 사건의 특성상 피해는 초기에 드러나지 않는다. 앞서 말한 폰지 방식으로 일정 기간은 꼬박꼬박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많다 보니 나오는 목소리도 제각각이었다. 물론 큰돈을 잃어 사기꾼을 감옥 아니라 지옥에라도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피의자는 어찌 돼도 좋으니 피해금액만 보상받으면 그만이라는 사람까지 있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도무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은 약간의 피해금액을 보전받는 대가로 피의자에 유리한 탄원서를 써 줬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다. 재판은 공전을 거듭해 지금까지도 1심이 진행 중이다.

사실 문제가 불거지기 전 수사당국 관계자와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고소가 있지 않는 한 수사당국이 먼저 사건을 인지해 범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체에 보도되는 대부분 유사수신 사건의 규모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불법금융 파파라치 등 감시의 눈을 대폭 늘려 초기 단계에서 유사수신 징후를 포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차제에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뿌리내리게 하는 강력한 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이우중 정치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