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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아프리카여, 더 이상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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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2 20:51:53 수정 : 2018-02-12 20: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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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이제 인류 미래대륙
희망 향한 그리움 절망보다 강력
그들 식사는 항상 성찬〈盛饌〉이며 성찬〈聖餐〉
이보다 ‘기독교적인 대륙’은 없어
근대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가장 심각하게 파멸로 들어선 대륙은 어디일까. 그것은 ‘어머니(mother)의 땅’ 검은 대륙 아프리카이다. 아시아도 서구 제국주의로 인해 나라가 해체되거나 식민지가 되었지만 아프리카처럼 처참하게 황폐화되지는 않았다.

아프리카는 숫제 대륙 전체가 서구 제국의 식민지가 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국가 지도가 그려졌고, 오늘날 세네갈·가나·나이지리아 등에 노예 항이 세워졌다. 서구 제국들은 총과 성경을 앞세우고 대륙을 유린하다 못해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팔기 시작했다.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을 대량학살하면서 그 땅을 차지한 서구인들은 농사 지을 노동력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을 데려가면서 구대륙과 신대륙의 노예무역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기독교가 내건 자유와 정의, 평등과 박애라는 것은 서구인의 자기 종족 내의 논리였으며, 서구패권(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구호에 불과한 것이었다. 기독교가 가장 비기독교적으로 악랄하게 약탈하고 지배한 곳이 아프리카였다. 그 결과 지금 아프리카는 ‘기아와 빈곤의 대륙’, 에이즈 등 ‘질병의 대륙’, 내전과 국가 간의 전쟁으로 얼룩진 ‘피의 대륙’으로 인간성의 모든 불명예와 후진성을 안고 있다.

유럽인과 접촉하기 전의 아프리카는 자연과 더불어 자족하면서 살아가는 대륙이었다. 적게는 1200만 명, 많게는 40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신대륙 노예로 팔려갔다. 1650년까지 세계 인구의 18%를 차지하던 아프리카는 200년 후 8%로 전락했다. 아프리카 인구가 노예무역으로 줄어들지 않았다면 오늘날처럼 처참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프리카 어느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그때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땅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성경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알렉스 헤일리의 작품 ‘뿌리’는 ‘쿤타 킨테’라는 주인공을 통해 노예로 팔려간 조상의 후손이 자신의 혈통을 찾는 애환을 그린 소설인데 노예무역의 잔인함과 노예해방 후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로 살아가는 흑인의 처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케냐인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까지 당선될 정도로 흑인의 인권이 신장되었다지만 미국의 인종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인종의 벽과 종교의 벽, 문화의 벽을 넘지 못한 갈등과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세계는 패권주의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비극은 인간의 사랑과 자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하는 ‘인간 도덕성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유엔과 세계 구호단체들은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각종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아프리카가 구호운동과 교육·재개발프로그램에 의해 재도약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죄인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아프리카 노예무역항의 본거지였던 세네갈의 ‘고레’섬은 ‘평화와 사랑의 길’로 가는 참회의 유적지, 인류문화유산으로 등록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근대문명을 이끈 서구 제국주의는 남성우월주의의 극치였으며,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횡포는 하느님아버지를 앞세우고 땅의 어머니를 정복하고 약탈한 역사에 지나지 않았다. 모성의 땅인 아프리카는 가장 심각한 피해 지역이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는 기후·환경적으로 남자들이 단명(短命)하고 주로 어머니(과부)에 의해 자식들이 양육되는 것이 예사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땅’인 것이다.

아프리카에 관한 많은 인류학적인 보고들은 인류의 평화적인 공생보다는 지배를 위해 작성된 것이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전쟁은 일종의 전쟁의례(놀이)였으며, 이들의 권력체계 또한 지배-피지배의 이분법이 아닌, 질서유지를 위한 상징들이었다. 겉으로는 생존경쟁이 있기는 했지만 ‘평화로운 삶의 터전’이었다. 서구로부터 자본주의와 패권경쟁을 배운 아프리카는 한꺼번에 타락하였다.

인류문명은 이제 거꾸로 아프리카로부터 ‘평화의 지혜’를 배울 차례이다. 아프리카 회화는 모성 그 자체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그리는 예술은 모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신은 신앙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에 함께 살고 있는 존재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그들에게서 모성과 평화의 지혜를 배우지 않으면 인류의 평화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아프리카는 이제 인류의 미래대륙이다. 그들의 희망에 대한 그리움은 절망보다 강하다. 그들은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지 않는다. “관계는 함께 먹는 데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식사는 항상 성찬(盛饌)이면서 성찬(聖餐)이다. 이보다 ‘기독교적인 대륙’은 없다.

지난 1월 말 아프리카 세네갈 마키 살 대통령의 환영사로 시작한 ‘월드 서밋 아프리카 2018’은 실로 문명사적인 의미를 남기는 행사였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에 의해 집전된 ‘고레’섬 해원성사식과 인류의 공생(共生) 공영(共榮) 공의(共義)를 위한 회의는 평화를 위한 ‘위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역사였다. 대서양의 관문에 ‘자유의 여신상’이 있듯 노예항구 고레 섬 앞바다에 ‘평화의 어머니상’이 우뚝 서면 미래여성시대를 열어가는 영조물이 될 것이다. 지구촌시대의 인류는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를 찾아가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여, 더 이상 아프지 마라.”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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