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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3조 평창올림픽…인건비는 국고부담되니 "최저가 입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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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2 16:24:13 수정 : 2018-02-12 16: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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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자들의 ‘작업실’인 메인프레스센터(MPC)는 세계 93개국의 기자들이 상주한다. 이곳의 화장실은 수시로 드나드는 기자들 때문에 문지방이 닳는다. 그런데 외신 기자가 여자 청소부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Get out of here(나가달라)”를 외치며 삿대질을 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여자 청소부가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이 외국에선 익숙지 않은 탓이다.

민망한 건 여자 청소부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청소부 A씨는 “청소 인력이 적어 여자는 대부분 실내 청소를 담당한다. 올림픽 기간에는 휴식일도 없다.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하루 8시간을 일하는데 아직 얼마를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MPC 청소 인력이 고작 40명 남짓인데다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고용됐기 때문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들의 일당은 하루 6만원 정도로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 수준이다. 이에 해당 고용 업체는 “짧은 기간제 일당제라 구두로는 충분히 계약 조건을 공지했다. 곧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열악한 처우와 노동 강도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셔틀버스기사, 민간안전요원 등 올림픽의 숨은 보조원들은 하나같이 처우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한 버스기사는 “노동 환경 때문에 근무지를 이탈한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돌아갈 뱃삯을 받기 전까지는 못 간다”고 읍소했다. 평창과 강릉 일대 리조트의 청소 등 단순 용역을 구하는 조건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근무 환경이다.

평창올림픽은 경기장 건설 및 개·보수,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한 예산이 무려 13조원에 달한다. 그 많던 예산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취재 결과 지난해 여름 조직위는 조달청을 통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올림픽 관련 용역 업체를 구하는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그런데 입찰 방식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2조(국고의 부담이 되는 경쟁입찰에서의 낙찰자 결정)에 따라 적격심사를 통과한 업체 중 최저가격 순으로 낙찰자를 결정했다. 반면, 해당 법률 시행령 제43조는 용역계약은 전문성·긴급성 등이 인정되는 경우 최저가격 낙찰이 아닌 협상절차를 거쳐 계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모집한 인력이라면 긴급성은 물론 전문성까지 인정돼야 할 여지가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국고에 부담이 되는 짐 덩어리 취급을 한 셈이다.

최저가 입찰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보조원들에게 돌아간다. 용역업체는 최저임금만 지키면 되는 인건비를 최소화해 이윤을 남긴다. 또한 조직위는 인력 관리를 용역업체에 일임했는데, 소규모 용역업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보조원들의 휴식 시간도 보장되지 않고,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동계올림픽의 모범사례인 솔트레이크시티, 릴레함메르 올림픽 등은 대회 기간 보조원들의 노고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대회 개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붓고 정작 분야 당 몇 억정도인 인건비를 이처럼 아끼는 것이 ‘사람이 먼저다’라고 주장하는 정부 노선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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