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과하면 결과는 항상 비참했다. 특히나 정치인들의 욕심은 자신도 모른 채 스스로 제 무덤을 넓고 깊게 팠다. 33년간 예멘을 철권통치한 알리 압둘라 살레(75) 전 대통령이 최근 한때 동지였던 반군에 살해됐다. 1999년 첫 직선제 대선에서 무려 96%의 지지율로 당선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그 끝이 처참하다. 42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도 2011년 고향에서 반군에게 붙잡혀 굴욕적으로 살해됐다. 수십 년 장기집권을 통해 축적한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형성한 독재체제가 거센 국민적 반발을 산 것이다. 장기집권의 화신 로버트 무가베(90) 전 짐바브웨 대통령도 부부 세습을 노리다 집권 37년 만에 불명예스럽게 권좌에서 미끄러졌다. 이외에 지나친 욕심으로 비참한 말로를 보여준 지도자 때문에 국민이 고통받은 나라는 부지기수다.
최근 암울한 소식으로 연일 외신을 장식하는 나라는 단연 남미의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이다. 중남미 좌파 벨트의 맏형을 자처하는 이 나라는 현재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다.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도 해법은 없어보인다. 20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식료품 및 의약품 부족으로 죽어가는 국민 등 베네수엘라는 좀처럼 비극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약을 못 구해 3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의 소식은 이 나라의 처참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1만30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간마다 물가가 1.5%씩 오른다는 의미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베네수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RD·Restricted Default)로 강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베네수엘라의 장기 외화표시 국가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Selective Default)로 내렸다. 베네수엘라의 총부채는 1500억달러(약 164조원)인데 보유 외환은 고작 100억달러다.
정치·경제적 혼란을 피해 국경을 넘는 베네수엘라인이 늘어나면서, 인접 브라질 북부 지역 도시의 인구 구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 주의 주도인 보아 비스타 시에 체류하는 베네수엘라인이 4만명이나 되는데, 이는 시 전체 인구 33만명의 10%를 넘는 규모다.
이상혁 국제부 선임기자 |
묘협 스님의 보왕삼매론에는 ‘이익을 추구할 때 분에 넘치는 것을 바라지 마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반드시 움직이게 된다(見利不求霑分, 利霑分則癡心必動)’라는 글이 있다. 백척간두에 서있는 베네수엘라가 곱씹어야 할 가르침이다.
이상혁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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