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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등영어 공교육 ‘질’ 중심 성장… 선행학습은 오히려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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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2 03:00:00 수정 : 2018-02-11 2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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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교육 ‘유전자’가 양에서 질로 이동하면서 질 관리 중심에 익숙하지 않은 학부모의 불안이 높다. 1997년 초등영어교육 도입 후 대부분 정책이 양과 속도 중심이었고 보면 새롭게 등장한 질 관리 중심 정책에 대해 불안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사교육 유전자인 선행이라는 속도에 길들여진 학부모라면 금단 증상에 따른 불안은 커지리라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불안이 제대로 된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듯이 학부모의 불안도 공교육수업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만 제공된다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 본다. 초등영어교육을 20년 넘게 담당한 필자로서 공교육의 현장 수업정보가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첫째, 공교육정상화법과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으로 크게 변화되는 부분은 학생들의 행복한 학습권 보장이다. 수업량 감축의 질 관리 중심의 영어수업을 보장함으로써 학생들은 스트레스가 감소된 행복한 학습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내 자녀가 적정화된 수업량을 통해 실제적인 영어의 4skills(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방법을 이해하고 적용하면서 배운 지식을 직접 활용할 시간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초등영어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과에 대한 태도교육이다. 속도로는 달성할 수 없는 질적 언어학습의 목표인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내 아이를 성공적인 영어학습자로 기르고 싶다면 질 관리 차원의 행복한 학습권 보장은 사교육의 어떤 속도보다도 먼저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학습 환경임을 알 필요가 있겠다.

둘째, 과정중심평가 도입에 대한 보장 부분이다. 과정중심평가의 가장 큰 매력은 교사와 학생의 1대1 피드백에 있다. 쉽게 말해 내 자녀가 수업 중 성취기준 도달을 증거해야 하는 평가에서 ‘미도달’ 결과가 나온다면 교사는 즉시 내 아이의 학습질 개선을 위한 1대1 처방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시로 학습 성취도를 평가하여 내 자녀가 영어교과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신장될 수 있도록 피드백의 기회를 평가 시스템으로 보장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1~2학년 학부모들이 있다면 아마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나타나는 실체 없는 불안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3학년 성취기준은 내 아이가 선행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국가교육과정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어수업을 즐겁게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평가제도가 바로 이 과정중심평가라 할 수 있겠다.

송미나 광주 수문초등학교 수석교사
셋째, 수업이 자기 주도적 배움 중심과 학생 참여형 중심 수업으로 변화됐다는 것이다. 실수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민주적 분위기 속에서 내 아이는 다양한 수업방법을 활용해 자기 주도적 배움 중심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내 자녀가 사교육의 선행학습 유전자에 습관화되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인 자기 주도적 배움 중심수업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을 통해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대신 알고 있다는 핑계로 수업 안에서 스스로 소외를 선택할 확률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업에서 본인 스스로가 소외를 선택했을 때는 과거처럼 수업활동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가 일체화되어 있는 과정중심평가도 연쇄적으로 포기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선행에 길들여진 학부모라면 선행의 결과가 앞으로 공교육 영어수업에서는 내 아이에게 이렇게 잘못된 독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 본다. 그동안 양과 속도로만 바라보았던 학습의 유전자를 이제는 배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질과 학습의 방향으로 바라볼 줄 아는 똑똑한 학부모의 시력 교정 하나면 충분하리라 본다.

송미나 광주 수문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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