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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와 도시] (20) '팝업 올림픽'

입력 : 2018-02-12 13:00:00 수정 : 2018-02-11 12: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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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의 개막식이 열린 강원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을 찾았다.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피겨 퀸’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날레 장면 외에 눈길을 끌던 것은 바로 건축물이었다. 3만5000명이 앉아 화려한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펜타곤(오각형) 모양의 대형 건축물에서 콘크리트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앉을 수 있는 의자라든가, 그 의자가 놓여 있는 바닥재 등은 비가소성 소재인 콘크리트 대신 철골을 많이 활용해 사용 후 쉽게 해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관람석과 조명시설 등은 모두 조립식으로 설치되어 있어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해 재활용할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 등과 같은 임시 구조물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스타디움을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올림픽 후 특별한 쓰임새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인구 4만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인 평창에서 이 거대 규모의 스타디움은 제대로 활용되기 쉽지 않다. 올림픽이 끝나면 이 스타디움은 공원으로 바뀌게 된다.

불확실성이 크면 ‘팝업’(갑자기 툭 튀어나옴)의 가치는 커진다. 건축물은 이 같은 팝업이라는 현실에 맞추어 조립식으로 지어져 얼마든지 해체 후 재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장에서 건축물 구조를 모두 만들어낸 뒤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는 ‘프리패브’(pre-fabricated) 건축이 각광을 받고, 조립식 건축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불확실성에 맞서는 한가지 대응방식이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행사는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가 끝난 뒤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행사를 위해 영구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잦다.

올림픽스타디움만 이 논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로 대형 행사 후 발생하게 될 높은 공실률은 도시를 망가뜨리는 커다란 골칫거리로 대두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과 공유경제가 주는 가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한 해법을 제공해준다.

강원 평창 소재 에어비앤비 숙소의 벽난로 앞에서 쉬고 있는 손님의 모습.

지난 6일 온라인 숙박 예약 서비스 부문 공식 서포터인 에어비앤비는 동계올림픽대회 기간(2월9~25일)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해결하는 관광객 수를 발표했다. 집계 결과 2일 기준 대회기간 강원의 에어비앤비 이용 관광객은 9000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강원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활짝 열어 이들을 맞이하면서 그간 주최 쪽의 큰 고민이었던 숙박시설 부족과 높은 숙박료 문제의 해결에 나선 것이다.

플랫폼을 활용한 공유경제는 접근성을 넘어서 친환경적, 경제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9000명에 해당하는 관광객 규모는 다음과 같이 환산될 수 있다. 호텔방 하나에 2명이 묵는다고 가정할 때 4500개의 방이 필요하며, 이는 163개 객실을 가진 평균 규모의 호텔 28채에 해당된다.

공유경제는 이 같은 인프라 건설을 위해 굳이 자원을 투입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줬다. 기존의 자원인 주택 등은 관광객이 몰리면 숙박용으로 활용했다가 행사 후 방문객이 줄면 원래의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2012년 7월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호텔을 크게 늘렸다. ‘호텔 용적률 특례’로 불린 이 법은 2016년 12월31일까지 4년 이상 한국의 도시 풍경을 뒤바꿔놨다. 호텔 건설을 크게 늘렸고, 특례로 도시계획의 균형도 흔들렸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많은 호텔이 공실난을 겪어야만 했다. 2012년 당시에도 공유경제가 잘 알려져 있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도시 풍경은 얼마나 달랐을까.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 sungwon.eum@airbn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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