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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北 열병식서 등장한 신형 미사일…대남용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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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0 11:00:00 수정 : 2018-02-12 15: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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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기를 실은 특수차량들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 북한군 주요 부대 병력과 전차, 장갑차, 방사포 대열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서 있던 주석단 앞을 통과했다. 이어 열병식 대열의 마지막으로 전략군 소속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열병식에서 핵심 역할을 전략군이 맡아온 만큼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15를 비롯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가 지나간 것으로 대열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이 숨겨놓은 카드는 분명히 존재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에만 관심이 집중된 탓에 열병식 당시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전략군 대열의 맨 앞에 섰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바퀴 8개짜리 특수차량에 미사일 2발을 탑재한 채 열병식에 등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에 관계없이 북한이 우리나라를 겨냥한 또다른 미사일이 등장한 셈이다.
북한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KN-02 단거리 탄도미사일. 고체연료를 사용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 조선중앙통신
◆ 신형 미사일 정체는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건군절 열병식 영상뿐이다. 공개된 정보가 극히 적어 정확한 성능은 알 수 없지만 영상과 지난해 북한의 행보를 종합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다.

미사일 외형은 KN-02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180㎞)의 길이를 늘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전술탄도미사일 SS-21을 복제한 KN-02는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다. 낮은 각도로 비행할 수 있어 요격이 쉽지 않다.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기를 실은 특수차량들이 주석단 앞을 지나가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은 KN-02의 장점과 작전개념을 유지하면서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참고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1996년 처음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최대 사거리가 500㎞ 수준이지만 복잡한 회피기동을 통해 요격시도를 무력화한다. 비행고도도 50㎞에 불과해 탐지도 쉽지 않다. 바퀴 8개짜리 발사차량에 미사일 2발을 탑재해 단일 표적에 순차적으로 미사일 2발을 발사할 수 있다. 5m 이내의 오차로 목표물을 타격해 정확도도 높다.

북한 입장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매력적인 무기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은 스커드-B, C로 한반도 남부지역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군이 패트리엇(PAC-3)과 철매-Ⅱ 요격미사일을 전력화하고,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서 기존 방식으로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하기가 어렵게 됐다. 

강력한 요격회피능력을 보유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북한의 전략적 딜레마를 해소해줄 무기다. 발사차량에 미사일 2발을 싣기 때문에 단일 표적에 복수의 미사일을 순차적으로 발사할 수도 있다. 고체연료라 스커드 미사일처럼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도 없다. 신속하게 발사하고 안전지대로 이탈하면 한미 연합군의 킬 체인(Kill Chain) 공격을 피할 수 있어 생존성도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현무-2가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영향을 받은 미사일이라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부분이 포착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개발 완료 후 실전배치 단계 돌입 가능성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북한에 수출할 가능성은 없다. 북한에게 남은 방법은 이를 복제하는 것뿐이다. 실제 미사일을 확보해 역설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건군절 열병식과 지난해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고려하면,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버금가는 수준의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건군절 열병식에 등장했던 미사일은 화성-12, 14, 15와 북극성-2 탄도미사일이다. 이 미사일들은 지난해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이 미사일들의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면서 대량생산과 실전배치를 지시한 바 있다. 이로 미뤄보면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이미 시험발사가 이뤄졌고 북한의 기술적 기준을 충족한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요격미사일 회피기술을 시험했을 가능성도 암시한다. 일정한 궤도로 낙하하면 궤도 예측이 쉬워 요격미사일에 의해 격추될 가능성이 높다. 측추력장비 등을 활용해 궤도를 불규칙적으로 유지하면 요격미사일 레이더가 궤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 기술의 원리는 1960년대부터 제기됐던 것으로 기술을 구현하는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원리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일정 수준의 요격회피기술을 확보했다는 방증은 지난해 5월 22일 북극성-2 미사일 발사에서 드러난다. 당시 북한은 “전투부(탄두)에 설치된 촬영기의 영상자료에 근거하여 자세조종체계의 정확성도 더욱 명백히 검토되었다”고 주장하며 탄두의 비행 방향을 바꿔 한반도와 주변 지역 영상을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 기술은 요격미사일 회피기동에 응용이 가능하다.

결국 북한은 자체적으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개념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만들어냈고, 실전배치를 진행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열병식을 통해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서 북한군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억제력은 갖췄으니 이제부턴 대남 위협”

그렇다면 북한이 건군절 열병식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개했을까. 김 위원장의 치적 쌓기에 혈안이 된 북한 입장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성공은 좋은 선전거리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내내 숨겨뒀다가 열병식에서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북한의 ‘메시지 관리’ 차원이다. 김정은 체제 초기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프로그 로켓, 노동 미사일 등을 어린아이 장난감 던지듯 쏘아올렸다. 한미에 겁을 주려는 의도였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은 채 닥치는대로 발사한 미사일은 전략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발사한 스커드-ER(사거리 1000㎞)부터 ICBM 화성-15(사거리 1만3000㎞ 추정)에 이르는 탄도미사일들은 순차적으로 미국 본토로 위협이 확장됐다. 화성-12에 의한 괌 포위사격선언은 미국을 표적으로 한 위협의 절정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개하는 것은 미국에 집중된 위협을 분산시키는 행위로 전략적 위협 강도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서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이 광장을 지나고 있다. AP 통신.
북한은 화성-12, 14, 15와 북극성-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으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했다. 미국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미사일 전력을 확보한 만큼 존재하지 않거나 위력이 의심스러운 미사일을 앞세워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다. 무수단, KN-08, KN-14와 지난해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했던 원통형 발사관 탑재 미사일 발사차량이 사라진 것도 국가핵무력완성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미국 위협에 맞설 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했으니 이제부터 전력화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한 것은 미사일 위협의 초점이 한반도로 옮겨지는 신호다. 미국에 맞설 미사일 전력을 확보했으니 대남 타격력을 재정비해 한반도에서 힘의 우위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탄두중량 2t짜리 탄도미사일을 전력화하고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꺼내든 ‘히든카드’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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