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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 평창 외교로 北 비핵화 돌파구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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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0 00:01:42 수정 : 2018-02-10 00: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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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통령 리셉션 도중 퇴장
‘김정은 메신저’ 김여정 방남
북에 단호한 입장 전달해야
‘평화의 시작이냐, 다시 위기냐’를 가르는 ‘평창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세계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어제 행보는 한·미 관계의 기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당초 리셉션장에서 북·미 정상급 인사의 만남이 기대됐으나 펜스 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과 눈도 맞추지 않았다. 헤드테이블에 착석하지 않고 중간에 퇴장해버렸다. 그의 중도 퇴장이 미국 선수단과의 약속으로 사전 고지된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이 있었지만 북한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리셉션장에도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잠시 들렀다고 한다. 남북 대화를 둘러싼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펜스 부통령은 개회식에 앞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 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목발 탈북’으로 잘 알려진 지성호씨 등 탈북민들을 면담했다. 그는 면담에서 “북한은 자국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며 “북한의 잔인한 독재는 ‘감옥 국가’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지씨 얘기를 소개하면서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비판했다. 미국은 이처럼 북한 인권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대북 압박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방남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오늘 오찬을 함께 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메신저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남북한 간 간접 정상회담을 하는 모양새다. 평창 외교의 최대 고비가 될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제 펜스 부통령과 만나 확인한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는 원칙에 따라 북한 비핵화의 새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 부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북한 비핵화 없이는 외부세계와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전하고,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나 통남봉미 전술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메시지에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그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 북한이 ‘핵 있는 평화’를 추구하면서 한·미동맹을 균열시키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

이번 평창 외교는 한반도 안보정세의 앞날을 결정지을 분수령이다. 문 대통령은 엊그제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평창올림픽을 치르는 요즘 외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서둘러야 한다. 평창 외교에서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안보는 격랑에 휩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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