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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년 전 30년에 걸친 종교전쟁을 끝마치기 위한 회담이 독일 서북부의 베스트팔렌에서 열렸다. 통치권과 집단자위권을 인정한 첫 국제조약이 체결됐다. 나중에 유엔이 창설되는 근거가 됐다. 정치는 종교의 영향에서 벗어났고, 국가 간의 세력 균형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졌다. 유럽의 근대화와 절대주의 국가의 성립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이 약속을 베스트팔렌 조약이라고 한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조그만 도시 브레턴우즈도 뜻깊은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자유진영 국가 44개국 대표가 모였다. 사회주의 국가에 대응해 국가 간 교역을 증진할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달러가 국제교역의 기축통화가 되고, 달러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금 1온스당 35달러를 교환해주는 ‘금환본위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통한 희생을 발판으로 자유국가들이 번영을 누리게 됐다. 브레턴우즈 체제라고 한다.

우루과이도 역사상 의미가 깊다. 1986년 9월 남미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에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각료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거듭하다가 1993년 12월 다자간 무역협상이 타결됐다. 무역의 세계화가 이뤄졌다. 이를 우루과이라운드라고 부른다.

세계사를 보면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일은 특정한 장소에 거물들이 모였을 때 이뤄진다. 강원도 평창에서 어제 중요한 회합이 이뤄졌다. 용평리조트 내 ‘블리스힐 스테이(Bliss Hill Stay)’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한정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모여들었다. 어제까지 서로 으르렁댔던 국가들의 대표다. 이들이 ‘최상의 행복(Bliss)’을 뜻하는 곳에서 함께 숨쉬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지난해 1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장한 이곳은 450평 규모로 평창에서 가장 큰 연회장이다. 어제 이벤트를 지역명을 붙여 ‘블리스힐 미팅’이라고 해도 괜찮다. 북핵 갈등의 전환점이 마련돼 참가자들이 ‘블리스’를 느끼게 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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