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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은 한족 아닌 아시아인 공통의 무대”

입력 : 2018-02-10 03:00:00 수정 : 2018-02-09 2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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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자치통감’ 2권 펴낸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
필원 지음/권중달 옮김/도서출판 삼화/각 2만8000원
속자치통감 전 2권/필원 지음/권중달 옮김/도서출판 삼화/각 2만8000원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중원(중국)은 한족의 무대가 아니고, 아시아인 공통의 무대였지요. 고려시대에 해당하는 북송, 남송 시절 북방 민족이 남하해 중원을 차지합니다. 요(거란)와 금(여진), 원(몽골), 후금-청(여진)이 이들 북방민족이지요. 오로지 한족(漢族)만이 중원은 자기들의 독무대였다고 주장합니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한족이 중심이었다는 것은 허상입니다.”

권중달 중앙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9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중국 정부는 자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두 중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을 지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는 역사적 논리도 속자치통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권 교수는 청대 역사서인 ‘속자치통감(續資治通鑑·220권)’을 번역 중이며, 최근 10권을 번역한 ‘속자치통감’ 2권을 출간했다. 향후 5년여에 걸쳐 10여권 정도로 잇달아 번역 출간한다. 그는 앞서 송대 역사서인 자치통감을 완역 출간해 자치통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사실상 거란이나 여진족의 지배계층은 고구려가 망한 이후 동북 각지에 흩어진 유민들이 주류였다”면서 “이를테면 금을 세운 여진인 아골타는 신라 출신 김한보의 8대 손이다”라고 전했다.

저자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는 “과거 중원의 지배층은 한족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이나 종족이 뒤섞여 이뤄졌다”면서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 한족 중심의 시각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책의 저자인 필원(畢沅·1730~1797)은 청나라 정치인이며 역사가이다. 필원은 청 건국 이전의 역사서가 대부분 왕조 중심의 승자 위주 기전체(인물중심 기술)로 서술되어 있어 실상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다고 파악했다. 필원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속자치통감을 저술했으며, 사실대로 기록하자는 당시 학문 흐름인 고증학에 근거하여 썼다. 말하자면 한족 중심 역사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북방민족도 사실에 근거해 기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원의 속자치통감은 송대가 시작된 960년부터 명 건국 해인 1368년까지 409년간을 편년체(시대순 기술)로 기술했다. 다시말해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동아시아 역사를 한족 시각이 아닌 북방민족 관점에서 서술되었다.

권 교수는 “이를테면 수나라를 건국한 양씨는 한족이 아니라 선비족이었다”면서 “중원을 지배한 민족은 당대 승자였으며, 14세기 이후 명대를 제외하고는 한족 왕조가 중원을 지배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조선 성리학에 큰 영향을 미친 주희(朱熹·1130∼1200)가 살았던 남송은 중원을 금에 빼앗겼고 영토도 작았다”며 “혈통주의를 강조한 주희는 남송을 세운 한족이 오랑캐보다 힘은 약하지만 문화적 수준은 높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탁상공론에 가까운 철학이나 심성학 중심의 주자학의 병폐가 한반도에 이식돼 지금도 우리는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한족이 중심이고 주변 민족은 오랑캐라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진족과 만주족이 뒤섞여 세운 청나라의 강역도.
또 “청대 고증학 역사가들은 자신의 견해를 넣지 않고 사실만 기술하면 독자가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믿었다”며 “속자치통감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중국 역사에서 다양한 민족이 공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 착안한 중국 학계에서도 한족을 중심에 놓고 여타 종족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속자치통감을 보면 아시아에서 한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책이 여진족 왕조인 청대에 편찬된 동아시아 학문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역사를 과장하거나 축소하려는 특정 이념이 지배하는 역사서가 아닌, 실제 그대로의 동아시아 소용돌이를 기술했다”고 평했다. 필원의 속자치통감을 보면 당시 주희의 주자학에 갇힌 조선의 역사인식이 드러난다. 당시 성리학자들은 우물 안 개구리 역사 인식에 머물러 있었으며, 훗날 조선 후기 실학자들에 의해 이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권 교수는 자치통감을 완역 출간한 데 이어 속자치통감도 퇴직금으로 만든 삼화출판사에서 간행했다. 그는 ”인물의 생몰년과 옛 지명의 현재 명칭을 찾아 기재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도를 직접 그려 넣다보니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렸다”면서 “책이 좀 팔려야 작업을 계속 진행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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