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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아리아리] '격세지감' 남북 스포츠…통일의 씨앗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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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9 15:45:27 수정 : 2018-02-09 15: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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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강릉선수촌 맥도날드 앞에서 이강복, 김주식(북), 이미현, 장유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강복 제공
2년 전 리우올림픽 때다.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이은주(19)가 훈련 도중 북한 체조 대표 홍은정(29)에게 같이 셀카를 찍자고 했다. 이 장면은 외신에 포착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당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도 나서서 이 역사적인 셀카를 두고 ‘위대한 몸짓’이라고 극찬했다. 당시 여고생이던 이은주의 셀카 하나가 얼음장 같던 남북관계를 올림픽에서나마 사르르 녹였다.

남북 선수 셀카 하나에 전세계가 놀라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9일 개막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런 장면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여자아이스하키는 단일팀을 구성한 뒤 선수들끼리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친해져 돈독한 언니동생 사이가 됐다. 단일팀의 파급효과는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도 미치는 중이다. 남북 쇼트트랙 선수들은 예고에 없던 합동훈련을 했다. 북한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강릉선수촌 안에서도 남북 선수끼리 자유롭게 교류하며 웃음 꽃을 피우고 있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이은주(왼쪽)와 북한 국가대표 홍은정이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연습 도중 다정한 포즈로 셀카를 찍고 있다.
이은주 제공
지난 8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 개관식에서 만난 스키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이강복(18)은 기자에게 대뜸 “북한 선수를 선수촌에서 만났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스키 선수들은 이번에 평창선수촌에서 지내는데 그곳에는 북한 선수들이 입촌하지 않았다. 평창에서 지내는 선수들이 북한 선수를 만나려면 강릉선수촌에 가야 한다. 이강복은 팀 동료인 이미현(24), 장유진(17)과 함께 강릉선수촌을 둘러보다가 맥도날드에 갔는데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에 출전하는 렴대옥(19)과 김주식(26)을 만났다.

이강복은 “평창선수촌에 없는 맥도날드가 강릉에 있어서 가봤는데 마침 렴대옥, 김주식이 있었다”며 “뉴스로만 보던 선수들을 여기 와서 직접 보니 반가웠다. 기념사진까지 찍었다”고 웃어 보였다. 이강복은 또 “렴대옥, 김주식은 커피랑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조금 얘기하며 서로 선전을 기원했다”며 “북한 선수들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얘기해 본 건 처음이다. 멀게만 느꼈는데 말도 통하고 정말 친근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정부와 IOC,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북한 참가, 단일팀 구성 등을 촉박하게 진행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든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올림픽’은 닻을 올렸다. 경기장뿐 아니라 선수촌에서까지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남북 선수단이 평창에서 이뤄낸 작은 통일이 훗날 큰 통일의 씨앗이 되길 기원한다.

강릉=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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