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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일상의경제학] 납득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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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9 02:30:00 수정 : 2018-02-09 00: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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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은 현실적인 상대와 맺어주는 것 / 납득할 수 있는 ‘매칭’ 정책에 반영 필요
‘제 눈에 안경’,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 남녀가 자신의 배우자를 고를 때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래서인지 결혼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의외로 빨리 짝을 찾아서 결혼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이라도 젊은 날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고 방황한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어떤 젊은 남녀가 한 치의 고민이나 방황도 없이 짝을 찾아 결혼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상대방도 우연히 자신을 가장 좋아해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남성 A가 가장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여성 B이지만 여성 B는 A가 아닌 남성 C를 좋아한다면 남성 A는 여성 B와 결혼하기 어려울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갈등을 겪게 된다. 이에 대부분의 사람은 꿈에 그리던 상대가 아니고 적정 수준에서 타협해 결혼한다.

결혼을 원하는 남녀를 소개시켜 주는 것을 ‘중매를 선다’고 하는데, 중매를 서서 평생 세 쌍을 결혼시킨 사람은 죽어서 천당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매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아무리 고심해서 남녀를 소개시켜 주어도 둘 중의 한 사람이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매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중매에 해당하는 작업을 매칭(matching)이라고 하는데, 2012년 로이드 새플리 교수와 앨빈 로스 교수가 매칭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아무리 노벨상을 받은 매칭 이론이라도 모든 젊은 남녀를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맺어줄 수는 없다. 이에 ‘꿈에 그리는’ 상대와 맺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최선의 상대와 맺어주는 것이 매칭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안정적(stable) 매칭’이라고 표현하는데 의역을 하자면 납득이 가는 짝짓기이다. 여기서 납득이라는 의미는 현재의 아내보다 내가 더 좋아하던 여성이 나보다 더 선호한 남성과 결혼했으므로 지금 결혼해 있는 아내가 나로서는 최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렇게 납득이 가는 결혼의 가장 큰 장점은 이혼의 위험이 작다는 것이다. 만일 내 아내보다 더 선호하던 여성이 자기의 현재 남편보다 나를 좋아한다면 이 두 남녀는 현재의 결혼에 불만을 갖게 돼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납득이 가는 상대를 찾아주는 매칭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칭 이론은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학생과 학교 사이에도 매칭이 필요하고, 취업자와 기업 사이에도 납득할 수 있는 매칭이 필요하다. 납득이 가지 않는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반수를 하게 되고, 납득이 가지 않은 직장에 취업한 학생은 금방 퇴사해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기업도 어렵게 선발한 학생과 직원이 떠나가므로 큰 비효율과 낭비가 일어난다.

이런 납득이 가는 매칭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 정부의 정책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고등학생에게 자기 실력보다 상위권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많은 취업자에게 더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줌으로써 간신히 납득하고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을 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납득할 수 있는 매칭 이론의 지혜가 담긴 정책이 필요하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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