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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포스트 평창’ 원칙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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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9 02:30:00 수정 : 2018-02-09 0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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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폐막 후 北 태도 예측불허 / 우리는 어떤 상황서도 흔들림 없이 / 한국 안보 토대는 한·미동맹이고 / 북핵은 위협이라는 것 잊지 말아야 평창올림픽이 드디어 개막한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도 오늘 방한한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향후 올림픽 기간은 우리에게 기회의 시간이다. 소중한 기회를 살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뤄내는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보내며 평창올림픽 참여에 나름 성의 표시를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재를 훼손하기 위해 만경봉 92호와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을 보냈다. 병 주고 약주는 식의 정교하게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포스트 평창’ 상황을 더욱 예측불허로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보인 북한의 태도를 볼 때 몇 가지 포스트 평창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먼저 북한이 우리의 의도대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미·북관계에도 개선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 대화, 나아가 비핵화 대화에도 진전을 보일 수 있다. 특히 북·미 대화가 진전된다면 4월 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비핵화 대화의 개시까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이며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평창에서 선전선동만을 하고 돌아간 후 상황을 다시 작년 12월로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자신들은 핵보유국이고, 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기인한 것이며, 핵을 가졌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주변국과 평화롭게 지내고자 한다는 소위 ‘북핵평화’의 메시지만을 남기는 것이다. 그 결과 의미 있는 북·미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한·미 양국은 예정대로 군사훈련을 재개하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통해 재진입기술을 테스트할 것이다. 이 경우 한반도는 미국의 군사옵션이 다시 부각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를 철저히 분리해 대응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남북관계에는 적극 임하지만 미·북 대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한·미 간의 갈등만 유도하는 것이다. 이때 북한은 한국 정부가 희망하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제안하며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남북교류 확대를 논의하며 5·24조치나 유엔 대북제재의 예외조치를 계속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미 간 미묘한 입장차가 발생할 수 있고, 국내적으로는 남북관계의 동력을 이어가고자 하는 측과 비핵화와 한·미 공조를 강조하는 측의 남남갈등이 격해질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국제관계학
북한이 어느 경로를 택할 것인지 현재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 방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우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 안보의 토대는 한·미동맹이고 북한 핵무기는 우리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를 모색한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을 지지했던 미국은 북한의 건군절 변경과 열병식 문제가 불거진 이후 차가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북한을 평창에 데려오기 위해 노력한 만큼 비핵화를 강조하는 동맹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험적 지혜에 기반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수없이 말을 바꾸며 도발을 반복했다. 우리는 북한이 대화를 거부할까봐 해야 할 말을 아꼈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보인 유일한 일관성은 핵무기 개발뿐이었다. 북한을 배려한다고 말을 아끼면 영원히 할 말을 못할 수도 있다.

끝으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너무도 많은 외교적 자산을 한 번에 올인할 경우 그 위험도 커진다.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기회는 또 찾아온다는 여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유가 없으면 끌려간다. 반면 긴 호흡을 갖고 중심을 잘 견지한다면 포스트 평창의 어느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해도 다 풀어낼 수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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