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포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관련이슈 세계포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8-02-07 23:30:49 수정 : 2018-02-07 23:30: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文정부 9개월 경제·안보 불안
대북 저자세로 ‘평창 이후’ 우려
좌편향 운동권 출신 국정 주도
견제 책무 野는 보수 재건 절실
폴 고갱은 빈센트 반 고흐와 함께 살며 작업한 지 두달 만에 떠났다. 간절했던 예술가 공동체의 꿈이 깨진 고흐. 절망하며 귀를 잘랐다. 고갱도 말년이 끔찍했다. 병과 가난, 딸의 죽음. 자살을 결심하고 유작 삼아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그렸다. 인간 존재의 근원과 운명을 그도, 고흐도 묻고 싶었을 것이다. 댄 브라운의 ‘오리진’은 이를 테마로 한 소설이다. 로버트 랭던 하버드대 교수의 제자인 천재 컴퓨터 과학자는 생명이 저절로 생겨났음을 입증한다. 또 기술계(系)인 테크늄과 인류가 융합하는 미래를 예견한다. 신·종교 부정이다. 그래도 랭던은 패턴과 코드의 차이를 들어 여지를 남긴다. 벌집의 육각구조 같은 패턴은 자연계에 흔하다. 반면 정보를 전달하는 글·악보 등 코드는 지적 의식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논리라면 유전자 코드인 DNA는 어떻게 봐야 하나. 결국 과학과 종교는 역할이 다르니 배척 말고 상생하라는 게 저자의 메시지로 읽힌다.

문재인정부 출범 9개월.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소득주도 성장 등 국정 실험은 온통 빨간불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공공의 적’이 됐다. 현장의 비명을 정부는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유례없는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만 혈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연말 이 정책의 재고를 문 대통령에게 직언했다. 최저임금에 꽂힌 문 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허범구 논설위원
친노(親勞) 노선은 포퓰리즘과 한묶음이다. 촛불세력에게 임금·세금·복지혜택을 베푸는 건 지지층 관리를 위한 손쉬운 선택이다. 재정 파탄 등은 뒷일이다. 석유매장량 세계 1위 베네수엘라가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다. 좌파정부 시절 퍼주기정책이 화근이다. 그런데도 올해 최저임금은 벌써 40% 올랐다.

안보는 더 불안하다. 미국이 북한을 정밀 타격하는 ‘코피전략’이 부쩍 회자된다. 평창올림픽으로 한·미관계는 더 벌어졌다.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빌미를 줬다. 만경봉호 입항은 대북제재 공조를 흔드는 일례에 불과하다. 최근 백악관 참모에게 안보 설명을 들은 한 인사의 전언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 시 남한 피해를 감수할 태세여서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는 충족됐고 나머지 조건, 즉 자국민과 국제사회 지지를 위해 공들이고 있다.”

내일 개막되는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다. 관건은 남북, 미·북 대화 여부와 내용이다.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9∼11일 고위급대표단 단원으로 방남키로 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오늘 북의 70주년 건군절 열병식은 변수다. 탄도미사일 등 대규모 무력 시위는 도발이다. 그렇더라도 “바람 앞에 촛불 지키듯 남북대화를 지켜달라”는 문 대통령 바람은 굳건할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2004년 ‘4대 개혁 입법’을 통해 보수에서 진보로 메인스트림 교체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요즘 잇단 여당발 ‘20년 장기집권론’은 주류 교체 재시동의 포석이다. ‘보수궤멸론’과 “네번, 다섯번 집권해야 정책이 정착된다”는 이해찬 의원의 주장은 여권 속내를 대변한다. 집권세력 핵심은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운동권 출신이다. 당·정에도 골고루 포진한 전대협·한총련 계보는 종북 주사파 전력을 공유한 최대 단일세력이다. ‘집단사고’에 따른 안보·외교의 좌편향은 예고된 진로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의 ‘자유’ ‘6·25 남침’ 표현 제거 등 국가정통성 시비가 이는 건 불길한 징조다.

장기집권은 6월 지방선거가 시험대다. “대통령 2명 배출한 부산이 친여로 돌아섰다”(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는 등 분위기는 좋다. 진보가 지방권력도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

국정 독주는 위험 운전이다. 균형 잡는 견제가 필수다. 이 책무를 보수 야당은 방기해선 안 된다. 쇄신을 통한 보수 재건으로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는 저서 ‘세계의 정치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한국 보수주의는 반북·경제성장·친미라고 규정했다. 적폐로 몰린 보수정권, ‘꼰대당’으로 불리는 한국당에 대한 적절한 진단일 수 있다. 보수나 진보나 바뀌지 않으면 나라 미래는 예측불허다.

허범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