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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주한 美대사 낙마 빅터 차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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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7 20:49:52 수정 : 2018-02-07 23: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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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대화 주장 강경 매파에 꺾여… 재등용 가능성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주한 미국대사에서 낙마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코피 전략’(제한적 선제타격)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백악관의 방침에 반대해 낙마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의 낙마를 처음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의 기사와 같은 신문에 게재된 그의 기고문 때문이었다. 정작 한·미 당국은 그의 낙마가 코피 전략 이견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미국은 백악관 대변인이 나서 이런 이견을 부인했고, 한국에서는 외교소식통의 발언 형식으로 백악관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대북 군사옵션 전략이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는 “백악관이 ‘앗 뜨거’ 하면서 순간적으로 젖은 낙엽을 불길로 던진 것”이라고 비유했다. 낙엽은 물기가 걷히면 불길을 키운다는 점을 망각했다는 비유이다. 일부에서는 급기야 검증과정에서 개인적인 약점이 드러났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과연 그럴까. 초기 검증과정부터 후보자의 사생활까지 촘촘한 그물망으로 걸러내는 미국의 공직 임명 과정을 고려하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로열티’(충성심) 확인 과정에서 낙마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보인다. 그가 몸담고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과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최근 잇따라 백악관의 대북 군사옵션 카드를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분노했으며, 이후 빅터 차 교수가 백악관의 질문에 동일한 답을 내놓으면서 낙마로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시계를 되돌려 본다. 필자는 2016년 말 빅터 차 교수에게 신년호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 형식엔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다. 여러 경로로 뜻을 전했지만, 그는 결국 응하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이해했다. 평상시에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는 더욱 그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도 빅터 차는 그랬다. 공화당 전직 외교안보관리 수십명이 잇따라 ‘네버 트럼프’(트럼프 반대) 성명을 발표했을 때 그는 동참하지 않았다. 그의 상관인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은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린 부소장은 부시 정부 시절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으로 활동했으며, 빅터 차는 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자리와 시기가 문제이지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외교 관련 보직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한대사로 지명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지난해 12월 초 조지워싱턴대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합동 송년회장을 찾은 빅터 차는 부임날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언론인들이 인지하고 기사를 쓰는 시점이 제가 통보받는 시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랬던 그가 낙마했다. 북한의 도발 여지를 없애고 대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군사적 행동 없이는 북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강경 매파의 주장에 꺾인 것이다. 북한에 대한 ‘매파’로 분류된 그의 낙마에 한·미 양국의 학자들마저 경악했다. 백악관의 초강경 대북 접근법이 유추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고위직 후보군 명단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일까. 그렇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측근도 끊임없이 흔들지만 당사자가 필요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불러내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술이다. 한반도의 변화무쌍한 기류를 고려한다면 공화당 정부가 언젠가는 쓸 수 있는 카드이다. 미국이 빅터 차에게 부탁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멀리 보자는 이야기다. 한국 정부나 외교통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다. 우리 외교의 숙명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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