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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체코·슬로바키아] 오전·오후 음악회 사이 시내 관광… 빈틈없이 꽉 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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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8 10:00:00 수정 : 2018-02-07 20: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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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하모닉의 연주를 기다리며
신시가지의 치즈 상점. 바츨라프 광장 양쪽 대로에는 유명 호텔과 백화점, 상가, 은행, 레스토랑들이 무즈텍 광장까지 줄지어 서 있다.
체코 프라하와 서울의 시차는 8시간이다. 프라하에서 잠자리에 들 시간에 서울에서는 아침을 맞이하는 셈이다. 프라하에서의 첫날밤은 시차와 싸우느라 밤새 뒤척이고 말았다. 잦은 여행에도 시차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무거운 몸을 털고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일단 찌뿌둥한 몸을 떨치고 밖으로 나섰다. 호텔 외부는 그대로의 옛 모습이지만 내부는 최신식 현대적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새롭게 단장한 지 오래되지 않은 듯 아직 페인트 냄새가 남아 있다. 로비 라운지를 지나 아침 햇살을 맞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발코니에 앉기에는 조금 쌀쌀한 기운이 있어 실내 유리천장에 비친 밝은 햇살을 즐기며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롭게 단장한 호텔 로비 라운지. 아침 햇살을 맞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시작하는 아침 콘서트를 예약해 두었으니 늦은 아침을 즐기고 공연장으로 향한다. 공연장은 ‘루돌피넘(Rudolfinum)’이다. 1885년에 문을 연 루돌피넘은 19세기 신르네상스 건축 양식으로 구시가지의 중요한 건축물로 손꼽힌다. 원래는 콘서트홀 겸 문화센터로 계획되었지만, 19세기 초반 체코의회 청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는 독일 점령군의 청사로 쓰이는 부침을 겪었다. 1946년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체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사용하면서 본래의 기능으로 되찾았다. 우수한 음향시설을 갖춘 루돌피넘은 연례 클래식 음악 축제인 ‘프라하 봄’에도 중요한 콘서트 장소로 활용된다. 게다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우수한 음향시설을 갖춘 프라하 루돌피넘 공연장은 클래식 음악 축제인 ‘프라하 봄’에서 중요한 콘서트 장소로 활용된다. 1885년에 문을 연 루돌피넘은 19세기 신르네상스 건축 양식으로 구시가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손꼽힌다.
아침 시간임에도 콘서트장으로 가는 사람들로 거리는 붐빈다. 첫 콘서트라 하이힐에 정장을 차려입고 사람들 사이로 길을 나선다.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거리이지만 붐비는 관광객들 사이를 헤집고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다.

첫 콘서트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힐 뒤축이 구시가지 바닥 돌 틈에 끼어 부러지고 말았다. 뒤축을 돌멩이에 두드려 보았지만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았다. 불편한 걸음으로 가까스로 공연장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아침 공연이어서인지 옷차림은 단정한 캐주얼 차림도 많이 보인다. 굽이 낮은 신발을 신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좌석에 앉았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진 공연장의 풍경. 낯설었지만 진지하게 음악을 즐기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음악이 전하는 감동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음을 느낀다.
다행히 다급하고 황망했던 마음은 아늑한 공연장과 부드러운 음악 속에서 평안을 찾는다. 특히 좋아하는 클라리넷 연주는 너무나도 황홀한 순간을 선사한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진 공연장의 풍경은 낯설었지만 진지하게 음악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음악이 전하는 감동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음을 느낀다.

연주가 끝나고서야 발목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응급처치를 받고 나니 다행히 심하게 삔 것은 아닌 듯하다.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다시 프라하의 거리로 나섰다.

프라하에서 점심은 체코의 대표적 음식인 양배추를 곁들인 돼지고기 구이를 선택했다. 페브르조라고 불리는 이 요리는 체코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이라고 한다. 체코 음식은 고기가 주 요리여서, 유명한 스비츠코바라는 고기 음식도 함께 주문했다. 스비치코바는 쇠고기 등심에 크네들리키라고 불리는 빵이 함께 나오는 음식이다. 음식을 기다리며 체코 맥주를 한 모금 했다. 근래에는 한국에도 체코 맥주가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곳 맥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 못지않게 유명한 체코 최대 맥주 축제인 필스너 페스트가 필스너 우르켈의 고향 플젠에서 매년 8월 말 열린다.

체코 사람들의 맥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도 어느 나라 못지않다. 세계 최초 골든 라거가 탄생한 곳도 체코라고 한다. 기름기 많은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맥주로 기분 좋게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루돌피넘 공연장 주변 풍경.
식사를 마치고 신시가지로 향했다. 바츨라프 광장과 국립 박물관을 마주한다. 구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신시가지는 14세기 건설했다. 바츨라프 광장은 750m 길이, 60m 폭으로 광장이라기보다는 대로에 가깝다. 말을 탄 성 바츨라프의 기마상이 광장 중앙에 있다. 신시가지 중심으로 광장 양쪽 대로에는 유명 호텔과 백화점, 상가, 은행, 레스토랑들이 무즈텍 광장까지 늘어서 있다.

바츨라프 광장은 중세시대 말시장이 섰던 상업의 중심지였지만 현대사에서는 1969년 얀 팔라흐라는 학생이 소련의 침공에 맞서 분신자살한 장소이자, 구소련의 탱크들이 가장 먼저 짓밟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광장은 관광객들에게 쇼핑과 음식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며 편의를 제공하지만 지난날 체코인들의 자유, 인권, 민주를 향한 외침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체코 프라하 신시가지에 있는 바츨라프 광장과 국립 박물관. 바츨라프 광장은 750m 길이, 60m 폭으로 광장이라기보다는 대로에 가깝다. 말을 탄 성 바츨라프의 기마상이 광장 중앙에 있다.
광장 맨 위, 웅장한 신르네상스식 건물이 국립 박물관이다. 1890년 세워진 이 건물은 겉모습만큼이나 실내도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체코 재건의 상징이기도 한 이 건물은 체코의 유명 건축가인 요제프 슐츠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현재 국립박물관 구관은 보수 공사 중이다. 광장 길 한쪽에 자리한 국영 여행사 체독이 옛 기억을 되살려 준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입국 비자를 받고 프라하를 여행하던 시기에는 모든 관광 정보를 체독을 통해서만 받아볼 수 있었다.

신시가지 광장은 관광객들에게 쇼핑과 음식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며 편의를 제공하지만 지난날 체코인들의 자유, 인권, 민주를 향한 외침이 시작된 곳이다.
체코의 음식들과 디저트. 대표 음식은 양배추를 곁들인 돼지고기 구이 페브르조와 쇠고기 등심에 크네들리키라고 불리는 빵이 함께 나오는 스비츠코바다.
프라하 거리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거리 음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점심식사로 고기와 맥주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부른 배가 꺼지지 않았다. 호텔 근처 외부 건물들 사이, 숨겨진 공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커피 한잔으로는 지친 다리와 밀려오는 졸음, 식곤증을 견디기 힘들어 결국 침대에 눕는다. 혹여 저녁 공연시간 졸음이 밀려올까봐 한숨 자고 일어나기로 했다. 

‘봄의 축제’가 열리는 체코 프라하 시민회관.
짧은 시간이지만 휴식하니 한결 가벼운 기분이다. 또 다른 공연이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하루 같다. 어느덧 저녁시간에 이르러 준비를 시작한다. 곧 이어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다니엘 바렘보임과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이 밤을 황홀하게 맞이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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