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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축제의 고장서 쓰는 행복한 겨울동화

입력 : 2018-02-08 10:00:00 수정 : 2018-02-07 20: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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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나이·성별 달라도 송어낚시 재미에 푹… 꽁꽁 언 오대천 뜨겁게 달구는 ‘또 다른 올림픽’
양떼목장 대관령 넘어서면 시원한 칠족령 풍광, 고즈넉한 선재길 비경… 사람들 북적임마저 즐겁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곳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전 세계 유명 신문과 방송채널 등에서 앞으로 한 달 가까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곳은 거론될 것이다. 서울은 나오지 않더라도, 동계올림픽 개최지 강원 평창은 매일 뉴스에 등장할 테다. 올림픽 기간 전 세계 이목이 쏠리면서 조용한 산골 마을이었던 평창은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곳이 됐다. 올림픽으로 뜨겁게 달궈질 평창이지만, 꼭 경기 관람만을 위해 찾을 필요는 없다. 전 세계인들이 모이는 평창이니 현장의 분위기만 즐기러 가도 충분하다. 겨울의 고장인 평창을 찾았으니 겨울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원하는 대로 원하는 분위기의 명소들이 넘쳐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색다른 겨울 추억을 쌓길 원한다면 평창이 기다린다.


송어를 낚기 위한 강태공의 열정은 ‘북극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속을 헤엄치는 송어를 잡기 위해 의자에 앉아 있던 강태공은 얼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음 구멍 가까이 고개를 숙인다. 좀 더 자세히 구멍 안을 보기 위해 얼음 바닥에 눕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강원 평창 오대천에선 오는 25일까지 ‘아이스랜드 송어페스티벌’이 열린다.
◆‘나만의 올림픽’ 얼음낚시

팔이 쉬질 않는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흔들다 갑자기 느낌이 오면 확 잡아챈다. 하지만 허탕이다. 몇 번 반복하다 지치면 가만히 구멍 안을 들여다본다. 구멍 아래로 뭔가 지나가는 것 같긴 한데 확실치 않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춥지만 결국 얼음 위로 내려앉는다. 가까이에서 보면 구멍 아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인다. 손맛을 보겠단 열정 앞에 얼음의 냉기쯤이야 느껴질 틈이 없다. 무릎으론 부족하다. 좀 더 자세히 구멍 안을 보기 위해 온몸을 얼음에 내던진다. 영하 20도 날씨 속에 꽁꽁 언 얼음 바닥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송어 한 마리를 낚기 위한 열정은 ‘북극 한파’조차 꼼짝 못하게 한다. 꽁꽁 언 평창 오대천에선 또 다른 올림픽이 열린다. 메달은 없다. 하지만 쾌감은 금메달리스트가 부럽지 않다. 메달은 송어가 대신한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아이스랜드 송어페스티벌에선 송어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 송어낚시에는 미끼를 사용하지 않는다. 초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낚시방법을 익힐 수 있어 ‘손맛’을 볼 수 있다. 낚시보다 더 확실하게 송어를 잡고 싶다면 ‘송어 맨손잡기’에 도전해 보자. 얼음이 동동 뜨는 커다란 수조에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송어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체험이다. 반바지를 입고 겨울 냉수에 걸어 들어가 맨손으로 직접 송어를 잡는 재미는 낚시와는 또 다른 손맛을 전해준다.

◆‘은둔의 고수’ 대관령의 목장

대관령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높은 곳이란 것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는 곳이다. 평창에서 대관령을 즐기는 방법은 목장 투어다. 대관령 고지대에는 대관령 삼양목장, 대관령 하늘목장, 대관령 양떼목장이 있다. 2002년부터 개방한 대관령 삼양목장은 여의도의 7.5배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끝이 없다. 일직선인 지평선, 수평선과 달리 산봉우리가 너울대는 모습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맘때는 초원이 설산으로 변신한다. 가을까지는 셔틀버스로 동해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12월부터는 개별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입구 광장에서 자동차로 구불구불한 4.5㎞를 달려서 소황병산 동해전망대에 이르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 있다. 앞으로는 푸른 동해와 강릉 경포호가, 뒤쪽으로는 목장의 아름다운 경관이 시야를 채운다. 산등성이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53개의 풍력발전기가 날갯짓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하지만 오래 서있진 못한다. 매서운 칼바람에 ‘인증샷’ 후 경치감상보다는 바로 차 안으로 향하게 된다.

대관령 양떼목장의 해발 900m 구릉에 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원두막 모양의 움막, 눈 덮인 초지와 울타리 등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풍경에 푹 빠져든다.
대관령 삼양목장은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일직선인 지평선, 수평선과 달리 산봉우리가 너울대는 모습이 끝없이 펼쳐진다.
대관령 양떼목장에선 양들에게 건초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2000년 겨울부터 관람객을 받은 대관령 양떼목장은 삼양목장과 비교하면 정말 규모가 작다. 놀이공원과 동네놀이터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해발 900m 구릉에 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원두막 모양의 움막, 눈 덮인 초지와 울타리 등이 자아내는 풍경에 푹 빠져든다. 다른 목장보다 이국적인 분위기는 월등하다. 겨울에는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를 만날 수 없고, 축사에서 양들에게 건초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강원 평창 칠족령에 오르면 동강의 장쾌한 물돌이를 마주할 수 있다. 칠족령 전망대 아래로는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태를 띤 ‘사행천(蛇行川)’ 동강의 굽이치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 높이에서 내려다보는데도 물속이 비친다. 맑고 푸른 동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크호스’ 칠족령

평창에선 높이 1000m가 넘는 산들이 이어달리기를 한다. 어지간한 높이의 산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는 고봉들도 있다. 고봉들이 즐비한 평창에서 반 토막도 되지 않는 높이의 고개 하나가 당당히 이름을 내밀고 있다. 운동 경기로 보면 평창 여행지 중 ‘다크호스’와 같은 존재다.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 오르면 봉우리들이 파도치는 풍광을 볼 수 있다. 반면 나지막한 이 고개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창에서 예상치 못했던 풍광을 선사한다.

태백에서 발원하는 동강은 정선과 영월이 먼저 떠오른다. 이 동강은 평창도 흐른다. 높이는 500여m의 나지막한 고개 칠족령에 오르면 동강의 장쾌한 물돌이를 마주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정선 쪽을 흐르는 동강의 물돌이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한반도 지형의 모습 등을 한 물돌이들이 전국 곳곳에 있는데, 칠족령의 물돌이 역시 결코 빠지는 풍광이 아니다.

칠족령을 가려면 미탄면 문희마을로 향해야 한다. 미탄(美灘)은 아름다운 여울이란 뜻이다. 수려함을 자랑하는 동강을 뜻하는데 이만 한 표현이 없을 듯싶다. 미탄면에서도 문희마을은 생태계가 온전히 보존된 지역으로 동강 중에서도 물색 곱고 맑기로 유명하다. 마을 이름 문희 역시 예사롭지 않다. 여성의 이름이 떠오르지만, 마을의 견공 이름에서 따왔다.

문희마을의 백룡동굴에서부터 칠족령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이젠 등 기본적인 겨울철 등산 장비는 착용해야 한다. 길이 험하진 않지만, 그늘진 오솔길은 얼어붙어 있어 자칫 벼랑으로 미끄러질 위험이 있다. 제법 오르막을 오르면 돌탑을 만나는데, 칠족령 전망대 인근이다. 칠족령이란 명칭 역시 견공과 관련 있다. 옻칠을 하던 한 선비집의 개가 발에 옻칠을 하고 도망갔는데 그 자국을 따라가 보니 동강 물돌이 풍광이 펼쳐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예부터 사람이 적고, 산짐승이 많은 산골마을이다 보니 동물 특히 개를 많이 키웠을 것이고, 지명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전망대 아래로는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한 형태를 띤 ‘사행천(蛇行川)’ 동강의 굽이치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 높이에서 내려다보는데도 물속이 비친다. 맑고 푸른 동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맘때 동강은 ‘동쪽 강(東江)’ 외에도 ‘겨울 강(冬江)’의 모습을 띠고 있다. 군데군데 하얀 얼음은 동강의 푸르름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강원 평창 월정사 일주문부터 시작되는 약 1㎞의 전나무 숲길은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그루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다. 편안히 걷는 것만으로 온갖 세상의 찌든 때가 어느 정도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전통의 강자’ 선재길

평창 여행지의 ‘전통의 강자’로는 선재길을 빼놓을 수 없다. 오대산 자락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흙, 돌, 나무, 물을 밟으며 걷는 길이고, 겨울이면 고요함을 더한 설국으로 변한다. 계곡 옆길을 따라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가는 데 걸어서 3시간 정도 걸린다.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는 길이었다. 오대산 화전민이 나무를 베어다 팔던 삶의 길이기도 했다. 선재는 불교 경전 ‘화엄경’에 등장하는 동자의 이름인데, 길에서 문수보살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은 선재동자처럼 이 길을 걷는 이들도 득도하라는 의미로 붙였다고 한다. 

선재길을 모두 걷기 부담스럽다면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란 현판이 붙은 일주문부터 시작되는 약 1㎞의 전나무숲을 거닐어도 좋다. 월정사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은 전국의 이름난 숲길 중 하나다.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그루가 하늘을 떠받치고 서있는 이 길은 천년 세월 동안 월정사를 지키고 있어 ‘천년의 숲길’로 불린다. 편안히 걷는 것만으로 온갖 세상의 찌든 때가 어느 정도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곳이다.

숲길을 지나면 월정사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는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우리나라 5대 사찰 중 하나다. 경내에 들어서면 연꽃무늬로 치장한 이층 기단과 우아한 조형미를 갖춘 탑신, 금동장식의 장엄한 상륜부가 조화를 이룬 팔각구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상원사 방향으로 가면 호젓한 숲길을 만나게 된다. 지장암, 지장폭포, 회사거리 등은 월정사 권역에서 만나는 볼거리다. 회사거리는 일제강점기 때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는 회사(제재소)가 있던 터로, 화전민이 이곳에 모여 살았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선재길 오대산장은 찻집이다. 산장 안의 창이 크게 뚫려 있어 바깥 풍경을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다.
선재길 중간쯤에선 섶다리를 지나고 좀 더 오르면 오대산장을 만난다. 산장이란 이름과 달리 찻집이다. 숙박은 하지 않는다. 산장 안의 창이 크게 뚫려 있어 바깥 풍경을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다. 산장 바로 앞 도로엔 한 시간 간격으로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를 오가는 버스도 있다. 상원사까지 오르기 힘들면 산장에서 겨울 숲의 운치를 즐긴 뒤 내려와도 될 듯싶다.

오대산장에서 상원사까지는 한 시간 남짓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을 주존으로 모시고 있는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때 보천과 효명 두 왕자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상원사에는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종이 있다.
상원사에는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종이 있다. 이곳에서 오솔길을 따라 비로봉으로 올라가면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나온다. 상원사 입구에는 커다란 잎갈나무가 있고 관대걸이라는 돌 조각이 있다. 조선 세조가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상원사 계곡을 왔다가 의관을 걸어놓은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평창=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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