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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별나라 얘기 들려주고 싶어”

입력 : 2018-02-06 20:49:40 수정 : 2018-02-06 2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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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고전’ 여는 홍지윤 작가
눈을 사로잡는 화폭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홍지윤 작가. 그는 사찰 단청의 꽃 도상에서 완벽함을 보고 자신의 화폭 상차림의 전범으로 삼았다.
시를 지어 그림을 그린다. 시서화의 현대적 구현이다. 화폭에선 꿈결 같은 인생, 인생은 아름답다고 아우성이다. 노래하는 푸른 하늘, 노래하는 강 물결, 노래하는 분홍 꽃잎, 노래하는 마지막 잎새…, 뜨겁기에 붉게 물들고 있다.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많이 거론되는 홍지윤 작가의 작품세계다.

그가 디자이너에게 수묵을 가르치는 기회가 있었을 땐 그들의 세계에 젖어들었고, 영상을 가르치는 곳을 알게 됐을 땐 과감히 달려갔다. 시대적 감성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동양화니 한국화니 하는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설치 영상 등도 넘나들게 된 원동력이 됐다.

“동양화니 서양화니 하는 얘기는 지역의 한계가 컸던 시절의 산물입니다.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인 요즘 기법이나 재료의 지역적 구속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지역적 특성이나 정신의 강점을 세계인의 감성에 어떻게 어필시키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그의 작품 이미지는 디자이너나 디자인 회사에서 인기다. 화장품 회사 등도 단골손님이다. 그의 예술지상주의를 버티게 해주는 현실적 지지대가 돼 주고 있다.

“작가는 현실과 이상의 시소게임을 하는 존재들이지요. 어쩌면 인생도 그런 거 아닐까요.”

지금은 고인이 된 수묵화 운동을 이끌었던 스승 송수남 선생도 생전에 그의 행보를 주목했다.

“1년간 독일에서 작업할 기회가 있었어요. 인사차 선생님에게 사군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비디오 작품을 보여드렸지요. 선생님은 ‘니 마음 가는 대로 하거라,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언덕이 돼 줄게’라며 격려를 해 주셨어요.”

세상이 뭐라 해도 그는 별난 짓, 이상한 짓을 주저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멋진 세계로의 안내자가 되기 때문이다. 영혼의 깨침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저는 작가들이 별나라에서 온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저도 저의 별나라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에게 가장 좋은 예술은 또 다른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강렬한 그의 꽃그림이 그렇다.

“강한 색을 쓰는 것에 대해 한땐 제가 보는 필터가 다른가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때론 시력이 안 좋아 뚜렷하게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였지요. 어쩌면 고상한 것에 대한 반항이었는지 몰라요.”

그는 미술에 대한 흐름이나 태도에서 굳이 심각할 필요가 있을까 늘 반문해 본다. 물론 적절한 절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려 떨어지듯, 계절이 흐르듯 미술도 그러해야죠. 어떤 것에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붙어야 하나요.”

사실 한국미술의 기질은 호방하고 활달했다. 고구려 미술이 그랬다. 우랄알타이에서 이어지는 북방미술의 화려함은 고려불화나 무속화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 중원의 수묵화 전통에 갇혀 한국미술을 보는 것은 반쪽의 시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방미술의 맥이 저의 피에도 흐른다고 생각해요.”

요즘 그의 작품은 감각적 강렬함보다 정신적인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도 역동적인 정신성이다. 산사의 고요함 같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화 전통에 뭔가 움직일 수 없는 해답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콤플렉스의 발로입니다. 없는 집안에서 옛날에 황금송아지가 있었다는 말과 같은 것이지요. 그러니 매번 한국화 논의가 한발짝도 못 나가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시대의 감성을 구현해 내는 것이 이 시대 한국작가들의 몫이에요. 그것이 당대의 한국미술이고요.”

미술권력은 자본의 흐름과 함께 움직였다.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는 요즘 그는 아시안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분명 저에게도 아시안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작가로서 무기지요.”

그는 노멀하지 않은 것에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농담처럼 자신의 행성이 따로 있다고 하는 이유다.

“저는 별을 노래해 천문학적 요소를 지닌 시인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윤동주 시인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눈빛은 직감이요, 별빛은 교감이고, 달빛은 영감이지요. 그것들로 인해 작가인 제가 존재하게 됩니다.”

그는 예술가는 하늘의 뜻과 지상의 뜻을 연결해 주는 현대판 샤먼이라 여긴다.

“노멀한 영혼이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어요. 예술가의 영혼은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당연하죠.”

그에게 전시장은 별의 영혼을 연결해 주는 샤먼의 힐링적 굿판 같은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일별해 볼 수 있는 ‘작은 회고전’이 25일까지 강남 에비뉴엘아트홀에서 열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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