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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김대중정부에 대해 교육 무능 정권이라고 연일 비난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가 엄마들의 허리를 휘게 해 식모살이, 요구르트 배달부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쩔쩔맸다. 가만있자니 인정하는 꼴이 되고 반격하자니 논쟁에 말려들 게 뻔했기 때문이다. 강남 엄마들이 들끓으면서 이 프레임이 먹혀들었다. 당시엔 선거이슈 선점이라고 했다. 요즘은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프레임에 걸려들면 상대방은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유권자들이 판단력을 상실해 한쪽 주장에 손들어주기 때문이다.

미국 선거에서도 프레임 전략을 잘 세우는 쪽이 이긴다. 유색인종에다가 중앙정치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후보는 ‘Change(변화)’를 앞세웠다. 상원 초선 경력이 전부였던 그는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구세대 주자 틀’에 가두어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였다.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가 로비스트의 검은돈을 받은 게 들통나 물갈이 요구가 드세던 때여서 ‘Change 프레임’이 먹혀들었다. 시카고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변호사 오바마의 도움을 받았던 흑인사회와 이민자 사회가 SNS를 통해 몰려들면서 ‘변화 바람’을 불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 프레임’에 가장 먼저 가두려고 시도했던 정치인은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민주당은 역풍 우려 때문에 거리를 두었다. 그렇지만 시민·노동·사회단체가 나서면서 ‘박근혜〓적폐 프레임’을 씌우고 적기에 뛰어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과실을 챙겨가는 데 성공했다. 국회 탄핵 표결 성공을 위해 타이밍을 재던 박 원내대표마저 적폐 프레임에 걸려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정치권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프레임 전쟁 예열에 한창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두고 여당은 ‘평화올림픽’이라며 목청을 높이고 야당은 ‘평양올림픽’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개헌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여야가 허공에 손짓하는 게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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