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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정신병?… 신경계 질환이 맞습니다

입력 : 2018-02-04 21:05:44 수정 : 2018-02-07 11: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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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세계 뇌전증의 날’ / 뇌신경 세포간 전기신호 오류 / 경련·발작·구토 등 증상 다양 / 환자 70%가 약물 치료로 호전 / 조기치료 땐 정상생활 가능해 / ‘간질은 불치병’ 편견에 고통
뇌전증(epilepsy)은 한때 ‘간질’로 불렸다.

전염성이 없고 대부분 환자가 정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편견이 강하게 존재하는 병이다.

세계뇌전증협회(IBE)와 세계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시켜 뇌전증 환자의 권익을 신장하고자 매년 2월 둘째주 월요일(올해는 2월12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제정했다. 세계 뇌전증의 날을 앞두고 뇌전증과 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알아본다.

◆발작 외에도 증상 다양…잠 부족하면 악화

대뇌 신경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비정상적인 흥분이나 동시적 신경활동에 의해 전기신호가 잘못 방출될 때 ‘경련 혹은 발작’이 일어난다. 이러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뇌전증’이라 한다.

보통 뇌전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전신 경련 증상이다. 발작이 일어날 경우 의식이 없어지거나 몸이 뻣뻣해지고 떨리기도 한다. 또 비정상적인 행동변화가 일어나고 뇌기능의 일시적 마비 증상 때문에 구토나 청색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가 반드시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나가기도 하며, 한동안 멍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한쪽 팔만 흔드는 등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 정확히 진단을 받고 치료하면 정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뇌전증이 의심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세가 좋아지거나 완화된다. 따라서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최소 2~5년 이상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악화될 수 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될 경우 약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 또한 약을 잘 복용한다고 해도 과도한 음주와 수면 부족은 발작 증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임희진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점점 더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고, 대다수의 환자에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자 70% 정상생활 가능 “편견에 고통”

뇌전증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유전적 질환이나 정신병이 아니다. 뇌종양, 뇌경색, 뇌졸중, 치매, 사고로 인한 뇌손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뇌신경이 불안정해지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6000만명 이상, 한국에서는 인구의 약 1% 정도가 앓고 있는, 치매와 뇌졸중 다음으로 많은 신경계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들의 약 70%는 약물치료에 의하여 증상이 잘 조절되기 때문에 치료가 잘될 경우 고혈압, 당뇨병 환자와 같이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직장생활을 포함한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간질이라는 병명이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심한 탓에 의료계는 2010년부터, 정부에서는 2014년부터 뇌전증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뇌전증은 여전히 공포스러운 병, 불치병으로 잘못 알려져 차별을 받고 있다.

환자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기 힘들며, 결혼 등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도 매우 크다.

대한뇌전증학회는 5∼9일을 뇌전증 주간으로 지정하고 뇌전증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종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또 국회토론회 등을 열어 정부에 뇌전증 의료지원, 연구지원, 뇌전증지원센터 건립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오래 교제하던 남녀도 결혼을 앞두고 뇌전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면 헤어진다고 한다. 뇌전증 환자들은 남녀간 사랑도 극복하지 못하는 편견과 낙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뇌전증 환자들이 더는 병을 숨기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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