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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을 내다보는 리더’ 손정의 꿈과 도전

입력 : 2018-02-03 03:00:00 수정 : 2018-02-05 18: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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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AI·loT로 하나 되는 지구촌 꿈꾸는 /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신념과 야망 / 종잣돈 빌려준 평생의 은인 사사키부터 / 그를 돕는 참모 이야기 통해 세세히 담아 / 인터넷 기업 300년 왕국의 경영 비전 / 희로애락 숨기지 않는 인간적 면모도 엿봐
스기모토 다카시 지음/유윤한 옮김/서울문화사/2만5000원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스기모토 다카시 지음/유윤한 옮김/서울문화사/2만5000원


2016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영국의 암(ARM)홀딩스를 33조원에 사들였다는 소식에 기업인들은 깜짝 놀랐다. 암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칩 설계회사지만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지지도 않은 기업에 그리 큰 돈을 투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의 암 인수 뉴스는 2016년 M&A 시장의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손정의는 반도체 칩 설계시장 규모가 향후 몇년 내 1조달러에 이를 것이며, 암홀딩스가 칩 설계의 90~9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정의는 그해 미국 그래픽칩(GPU) 제조업체 엔비디아의 지분 40억달러도 매입했다. 손정의가 무엇을 어디에 투자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일본 유력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의 중견 기자인 스기모토 다카시가 쓴 이 책은 손정의와 그의 친구들이 암을 인수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묘사했다. 엄청난 자금을 아낌없이 쏟아낸 손정의의 베팅은 로봇이 인간을 능가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로봇의 부품은 반도체이며, 반도체 설계는 암이 도맡을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손정의는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과 함께 하나가 되는 지구촌 건설을 꿈꾸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막대한 투자와 기회를 통해 손정의가 얼마나 미래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설명한다.

암을 인수한 손정의는 그해 통신에 몰두해 온 과거 사업 모델을 버리고 종합 인터넷 기업을 육성한다는, ‘300년 왕국’의 비전을 밝혔다. 적어도 300년 정도는 내다볼 수 있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런 면에서 손정의는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경영자다. 

일본의 언론인인 저자 스기모토 다카시는 “손정의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미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최고의 경영인”이라면서 “그가 인수하는 기업을 보면 미래 세계를 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오늘의 손정의는 사사키라는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풀이했다. 일본 전자회사 샤프의 상무를 지낸 사사키는 손정의에게 종잣돈을 빌려 준 평생의 은인이다. 사사키는 청년 손정의의 비범한 비즈니스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거액을 투자했다. 손정의는 사사키의 99세 생일 잔치인 백수연에 참석해 일본에 건설할 인터넷 기업 300년 왕국을 설명했다고 한다.

저자는 “아무리 천재 경영자라 해도 결코 혼자의 힘으로 이룰 수는 없다”면서 “손정의가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둘러싼 수많은 동지들 덕분”이라고 했다. 예컨대 2008년 리먼 쇼크 때는 미국에 투자한 자산이 100분의 1로 줄었다. 그러나 손정의는 당시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손정의는 일본을 초고속 인터넷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300년 왕국을 구상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손정의 참모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 사례가 소개된다. 세계를 주름잡는 인터넷 강자들 중에 자석에 끌리듯 손정의에게 몰려든 엔지니어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손정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막강한 조연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일본 최고 기업으로 부상한 소프트뱅크도 손정의와 그를 돕는 강자들이 만들어낸 활극”이라고 했다. 20여년간 소프트뱅크를 담당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기업을 세우고 당대에 10조엔의 개인 재산을 벌어들인 손정의란 과연 어떤 인물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소프트뱅크를 밀착 취재하면서 가까이서 본 손정의는 정말 다양한 면모를 지닌 사람”이라면서 “희로애락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이 그의 강점인데, 일부터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책으로 옮겼다”고 했다.

저자는 “재일 한국인이 집단 거주하는 판자촌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차별을 받으며 자란 소년 손정의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세계적인 경영자의 반열에 올라선 그에겐 재일 한국인이란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정의는 주변에게 “아직 300년은 더 이어갈 기업의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고 말한다.

종래 국내에 소개된 손정의 전기물이나 소개서는 기업 중심 얘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손정의가 참모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의견을 개진하는지 등 디테일한 면모가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재일 한국인 기업인을 일본 유력지 기자가 심층 취재한 보기 드문 책이다. 일본 언론의 특유의 현미경식 취재 결과물이기도 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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