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석
멸치야 갈치야 날 살려라
너는 죽고 나는 살자
에야 술배야
가거도 어부들의 고기 잡는 소리를
밥상머리에서 환청으로 듣곤 한다
벼야 조야 배추야 시금치야
콩아 닭아 김아 마늘아 날 살려라
너는 죽고 나는 살자
놓인 밥과 반찬에 따라 가사를 바꿔 부르며
숟가락 젓가락을 들곤 한다
그토록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
소화가 되겠느냐 핀잔하는 이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이에게 권하고 싶다
술배소리 음미하며 한 끼 먹어보라고
그래야 음식마다 맛이 새롭고
먹고사는 일이 더욱 생생하게 소중해지므로.
-신작시집 ‘숨살이꽃’(문학과지성사)에서
◆ 최두석 시인 약력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1980년 ‘심상’지로 등단 △시집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투구꽃’ △불교문예작품상, 오장환문학상 수상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1980년 ‘심상’지로 등단 △시집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투구꽃’ △불교문예작품상, 오장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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