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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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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1 21:12:29 수정 : 2018-02-01 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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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은 어떻게 기억될까.

개막이 일주일쯤 남았지만 최근 몇개월간의 일을 떠올리면 걱정이 앞선다. 외신은 이번 동계올림픽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봤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확산한 탓이다. 북한의 위협이 더해질수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는 거세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말 전쟁’ 외에 대북 군사옵션까지 언급되면서 위기상황은 최고조에 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과 일본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훈련도 있었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꺼리는 국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는 일부 외신보도에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미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다행히 미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는 확정된 것이라는 입장이 나왔고, 헤일리 대사도 말을 바꾸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북한의 도발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따뜻한 희망을 불어넣은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모든 걱정을 안겨준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난처함을 씻어주려고 북한 대표팀의 올림픽 참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과의 극한 대치 상황, 주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대북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림픽을 선택한 측면이 강하지 않을까.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발표 이후 북한 인사의 방남이 이유도 모른 채 미뤄지고, 금강산 합동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북한 의도에 정부가 끌려다닌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흘러나왔다. 북한이 열병식 날짜를 올림픽 개막 전날로 바꾼 것 등을 두고는 이번 올림픽이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될 것이라는 억측도 제기됐다. 절박한 심정에서 부정적인 판단과 분석이 이어진 결과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온 건 자신의 강력한 수사와 압박 때문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여기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소모적인 말 전쟁으로 위기상황을 부채질한 책임도 분명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대화 분위기를 환영하더니 이번 올림픽과 별개로 대북제재와 압박은 계속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이전보다 강력한 수사가 동원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와 압박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올림픽 이후 더 큰 한파가 몰아칠까 걱정된다. 올림픽 이후로 미뤄둔 한·미연합훈련, 트럼프 정부의 호전적 대북 옵션을 반대한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에 대한 지명 철회 등 그간 악재도 늘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결정 전, 북·미의 극한 대치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보장받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꽤 씁쓸했다. 북한의 참가 결정으로 평화올림픽이라는 의미는 커졌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상황 탓에 올림픽에 정치색을 입혀야 하는 게 유쾌하지는 않다.

차가운 북풍이 훈풍으로 바뀌길 바라는 건 국민 대다수의 마음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몇년간 땀 흘린 선수들의 건투로 모든 우려와 걱정이 씻기고 봄날이 앞당겨지길 빌어본다. 그러기 위해 우리 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일단 마음껏 즐겨봐야겠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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