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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2030세대의 ‘평창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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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31 22:26:39 수정 : 2018-01-31 22: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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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임박해도 열기 없어 / 단일팀 불공정이 2030 외면 불러 / 지지율 하락, 문 대통령 유감 표명 / ‘평창 분노’ 거두고 축제 즐겨야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4년 전 소치올림픽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단일팀이 출전한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과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단일팀이 구성됐지만 올림픽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선수들은 한반도 모양의 단일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하며 개막식 주제인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는 9일 밤 올림픽스타디움에 성화가 점화되면 17일간 세계인은 동계 스포츠인의 꿈의 무대인 평창을 주목하게 된다.

문제는 잔칫날이 임박한데도 국내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순실 사태 여진으로 기업의 참여 부족, 저변이 넓지 않은 동계 종목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개막 수개월 전부터 온 국민이 하나로 빠져들었던 88서울올림픽이나 2002한일월드컵에 비하면 요즘 날씨만큼 싸늘하다.

정부가 북한을 참가시키는 데만 급급해 남남갈등을 유발한 탓이 크다. 국가적 행사인데도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단일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030세대의 분노를 산 것이 결정적이다. 정부가 감독과 선수에게 묻지도 않고 밀어붙인 데 대한 반발이 컸다. 반대여론이 커진 후에도 “메달권 밖이다”(이낙연 총리), “전력 강화에 좋은 기회”(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라는 군색한 변명으로 화를 키웠다. 일부는 “단일팀에 문제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냈다.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딱 내 처지 같다”는 한마디에 이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7년 전 단일팀 추진 때는 지금과는 달랐다. 1991년 탁구와 청소년축구 단일팀은 상호 우호적인 데다 공정했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공동응원을 계기로 남북한 신뢰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후 남북 체육회담을 열어 단일팀 준비를 진행했다. 탁구팀은 한 달 넘게 합숙훈련을 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축구 단일팀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도 좋았다. 탁구 단일팀은 중국을 격파하고 축구 단일팀은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현정화 레츠런 감독은 “(당시엔) 탁구협회가 사전 교감했고,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설득할 시간도 있었다”며 “이번에는 개막을 3주 앞두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권 인사조차도 쓴소리를 보탰다.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번엔 정부가 잘못했다”고 했다. 유시민 전 의원도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태해 논설위원
사달은 정부가 2030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다. 통일연구원 조사를 보면 20대 절반은 ‘남북한은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지상과제로 알고 자란 세대에는 당혹스럽지만 분단 70년을 넘으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의미가 없어졌다. 요즘 세대에겐 통일이란 가치보다 공정, 정의 같은 가치가 우선한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이들은 북한 김정은을 지도자로 여기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잘 만난 핵수저 독재자로 인식한다. 이복형을 독살하고 툭하면 핵과 미사일로 남한을 위협하는 행태는 북한 정권 갑질로 여긴다. 그런 마당에 북한의 올림픽 무임승차를 허용하고 남북교류 준비과정에서 끌려다니는 정부 태도가 이들은 못마땅하다. 최근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비꼰 ‘평창 유감’이라는 랩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일부에 국한하지만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란 점에서는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장·차관 워크숍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발언일 수 있지만 다행스럽다. 3수 끝에 7년을 준비한 평창올림픽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야 할 국가적 과제다. 2030세대도 이젠 유감을 접고 지구촌 스포츠축제에 흠뻑 빠져드는 게 어떨까. 우리 세대, 우리 땅에서 열리는 평생 한두 번 볼까말까한 올림픽이 아닌가.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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